북한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기 시작한지 일주일째가 되는 13일. ‘꽃게잡이의 섬’으로 불리는 서해안의 연평도는 ‘침묵의 섬’으로 변해 있었다.
부두에 을씨년스럽게 정박해 있는 수십척의 어선, 활기를 잃은 길거리의 상점들 그리고 깊은 시름에 잠겨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어민들….
1000여명이 살고있는 이 섬에서 꽃게잡이는 주민들의‘생명줄’과도같은 소득원. 6월 한달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꽃게잡이가 사실상 1년 소득의 전부라는 것이 이곳 어민들의 말이다.
54척의 어선 중 13일에 출어한 어선은 불과 9척. 가까운 바다로 출어했던 이들은 그나마 오전 11시 이전에 모두 돌아왔다.
어민 안광헌씨(40)는 “나가봤자 꽃게 잡을 어장이 없다”며 “금년에는 어획량이 좋아 작년에 비해 최소한 3배 이상 잡을 수 있고 가격도 50% 이상 높게 형성돼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민들은 “북한경비정과 대치중인 작전구역에서 가까운 어장에 꽃게가 대거 몰리고 있고 바로 그 지점에 연평도 전체 어망의 70% 가량이 설치돼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연평지역 선주와 선장 50여명은 12일 연평도 송림면사무소 복지회관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군당국이 조업구역 제한조치를 조속히 철회해줄 것과 조업금지기간만큼의 조업시기 연장 등을 촉구했다.
〈인천·연평도〓이완배·박희제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