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이피고인이 들여온 북한영화 테이프 20가지 중 ‘꽃파는 처녀’를 비롯한 ‘춘향전’‘내 고향의 처녀들’‘설한령의 세 처녀’‘소금’‘돌아오지 않는 밀사’‘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등 7가지는 “이적성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꽃파는 처녀’는 일제 치하에서 어렵게 살던 한 가족의 슬픈 역사와 가족애를 다룬 영화이고 ‘춘향전’도 봉건신분제도를 뛰어넘은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원작소설과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 표현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일성의 항일활동을 찬양한 ‘조선의 별’을 비롯해 ‘탈출기’‘민족과 운명’‘이름없는 영웅들’ 등 13편에 대해서는 이적 표현물로 판단했다.
이피고인은 90년 독일 쾰른대학에서 유학하면서 90년 10월부터 2년간 북한 간첩과 대남 공작원들과 수시로 만나 북한의 주체사상을 학습하고 북한영화 비디오테이프를 건네 받은 혐의 등으로 96년 구속기소됐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