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하나.”
최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3개국산 돼지고기가 다이옥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이옥신 파동’은 많은 국가들이 자급자족이 어려운 농축산물이나 식품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이들과 함께 유해물질도 국경을 넘어온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이 사건은 그동안 쓰레기소각장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로만 알았던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식품을 오염시켜 인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다이옥신 오염 식품은 자연을 오염시킨 인간에 대한 ‘자연의 반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옥신 오염 벨기에산 돼지고기는 유럽연합(EU) 국가 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도 수입금지 등의 조치를 불러와 ‘지구촌의 문제’가 되고 있다.
당초 다이옥신 파동은 벨기에의 사료용 동물유지회사인 베케스트(Verkest)가 다이옥신에 오염된 공업용 유지를 사료업체에 원료로 공급하면서 발단이 됐다. 베케스트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은 사료회사는 벨기에 10곳, 네덜란드와 프랑스 각 1곳으로 여기서 만든 사료는 주로 닭과 돼지 농가에 판매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벨기에로부터 시작된 축산물 오염에 대한 우려는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사육된 축산물에도 불똥이 튀었고 이어 이들 3개국산 축산물과 가공품을 수입하는 국가들을 불안에 빠뜨렸다.
국내에서도 97년 9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병원성 대장균인 O―157이 검출돼 한달간 수입을 금지하고 수입한 물량을 반송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월에는 호주산 쇠고기에서 기준치 이상의 앤도설판이라는 농약이 남아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입 식품은 복잡한 유통경로와 수입제조업체들의 안전의식 부재로 오염사실이 확인된 뒤에는 회수하거나 폐기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
특히 농축산물은 식품과는 달리 포장을 뜯고나면 어느 나라 제품인지 확인할 수 없어 원산지 표시판매와 구분판매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반음식점에까지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이번에도 네덜란드와 프랑스산 계란가공품은 뒤늦게 판매금지조치가 내려졌고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란가공품을 원료로 한 생산품의 유통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축산물이나 식품을 오염시키는 주요 유해물질의 계보는 항생물질 잔류농약 환경호르몬 순으로 이어진다. 분석장비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유해물질이 속속 드러나기도 한다.
잔류농약의 경우 80년대 초만 해도 국내에 기준치가 없어 외국 기준을 원용하기도 했다. 이후 검사제도가 강화되면서 기준치를 설정하고 검사장비도 보강됐으며 수출국에서도 사용량을 엄격하게 관리해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
최근 들어서는 산업화의 부산물로 불리는 환경호르몬이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으로 떠올랐다. 화학비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크롬 납 수은 등의 중금속 오염도 심각해지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모임’ 문은숙(文恩淑)조사부장은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호르몬은 새롭게 떠오른 유해물질로 유해성 여부에 관한 자료도 별로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환경호르몬은 일단 발생되고 난 뒤에 대책과 예방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다이옥신만 해도 선진국에서도 4,5년 전부터 연구가 시작됐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FAO)가 관장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도 아직 안전성 기준을 만들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송인상(宋仁相)식품평가부장은 “수입식품에 들어간 다이옥신이나 O―157, 리스테리아 등을 단속하려면 외국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국내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 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