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특검제 수용]검찰 동요-반발

  • 입력 1999년 6월 15일 19시 16분


여당이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검찰은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마디로 불안과 불만, 그리고 체념으로 요약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검사들은 특검제가 도입되면 현재 검찰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우려했다. 무엇보다도 검사만이 수사해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기소독점주의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검사들은 이같은 상황이 초래된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검사들은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파업유도 발언’이 특검제 도입의 빌미가 됐다며 당사자인 김태정(金泰政) 전법무부장관과 진형구(秦炯九) 전대검공안부장을 원망하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파업유도 발언 당사자인 진전부장이 검찰 조직을 팔아먹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검사들은 특검제 도입 방침을 정한 여당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한 중견검사는 “정권이 검찰을 지켜주지 않으면 검찰도 정권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젊은 검사들은 특검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하는 일을 아무도 믿지 않는데 도리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역설적으로 검찰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특검제를 해봐야 결과는 뻔하지만 특검제가 실패할 때 검찰에 대한 신뢰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간부는 “하나도 잃지 않으려 하다가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며 “특검제가 도입되더라도 아주 제한적으로 운용되도록 정치권과 미리 협의를 해야 한다”는 말로 ‘현실론’을 제기했다.

검찰과 달리 법원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 그러나 특별검사가 기소할 경우 법원도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특검제 도입으로 인해 정치적 사건이 재판에 넘겨지면 법원도 결국 정치적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판사는 “특검제 주장은 검찰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상태에서 ‘못살겠으니 바꿔보자’는 수준의 반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형·하태원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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