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交戰]北파견 근로자가족 표정

  • 입력 1999년 6월 15일 19시 44분


되돌아온 연평도行 여객선
되돌아온 연평도行 여객선
『공사 현장에 있는 우리 남편은 어떻게 되나요.』

“어제 부모님이 금강산으로 관광을 떠났는데 일정을 줄여서라도 일찍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서해상의 교전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전력 현대 등 대북사업을 진행중인 기업체에는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경수로사업단의 일원으로 북한 신포 원자로공사 현장에 파견된 한전 대우 한국중공업 등 200여직원의 남쪽 가족들은 이날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발을 동동구르며 전화에 매달렸다.

현대의 장전항 공사 현장 등 전용회선이 설치된 공사 현장의 경우 가족들의 전화가 한꺼번에 몰려 한동안 전화가 불통사태를 빚기도 했다.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는 것은 서해상의 충돌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이들이 ‘적진’에 들어가 있는 인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우려와 달리 현지 분위기는 서해안의 긴박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평소와 전혀 다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신포 공사현장본부의 손동희본부장은 이날 본사와의 통화에서 “교전한 내용은 TV를 통해 알고 있지만 아무 동요없이 공사를 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북한측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것이 손본부장의 설명.

또 이날 현재 금강산 관광에 나선 관광객 1250명은 아예 교전소식조차 모른 채 관광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될 것 같지 않아 굳이 알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알리지 않은 것”이라며 “장전항 부두 공사에 투입된 직원과 현대아산 현지 관계자 등 399명의 현지 직원들도 교전 내용은 알지만 전혀 동요없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LG 대우 코오롱 등 소규모 대북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올초 북한 상주직원을 철수시킨 상태여서 ‘운이 좋았다’는 입장.

이처럼 북한 ‘후방’의 분위기가 의외로 평온한 것과 관련,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그 무엇보다 경제논리가 최우선 하는 시대가 아니냐”며 “북한은 최근 잠수함 침투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냉전논리와 경제논리를 병행하고 있으므로 북측이 자기네 경제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즉 당장 발전소 건설이 중단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북한의 몫이 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우리 인력에 대한 신변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영이·금동근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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