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交戰/연평도 표정]『모처럼 출항에 웬 날벼락』

  • 입력 1999년 6월 15일 19시 44분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7일 이후 출어가 금지돼 발을 구르다 9일만에 꽃게잡이에 나섰던 연평도 어민들은 15일 아침 발생한 교전상황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어민들이 ‘만선의 꿈’을 안고 50여척의 배를 타고 잔뜩 찌푸린 서해안 연평도 서쪽 해상으로 꽃게잡이에 나선 것은 이날 오전 7시경.

그러나 오전 9시경 북한 어선 20여척이 경비정 4척과 어뢰정 3척의 호위를 받으며 NLL을 넘어오면서부터 해상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곧이어 남북한 함정간에 포격전이 시작되고 어선들은 교전상황이 끝날 무렵인 오전 9시35분경 “상황이 심상치 않다. 즉시 귀항하라”는 지도선의 명령을 받고 속속 부두로 돌아왔다.

교전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 대연평도 당섬 선착장에는 교전소식을 들은 주민 수십여명이 몰려 나와 초조한 표정으로 가족들의 무사귀항을 기원했다.

전선자씨(41)는 “남편이 오늘 아침 ‘모처럼의 출항이니 꽃게를 많이 잡아오겠다’고 활짝 웃으며 나섰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오전 10시반경부터 어선들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기다리던 가족들이 배 주위로 몰려들어 가족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고는 안도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날 조업에 나갔다가 무사히 귀항한 광성호 선장 조종천씨(51)는 “그물을 막 걷으려고 하는 순간 서쪽 바다에서 ‘쾅쾅쾅’하는 소리가 들려 놀랐는데 이어 지도선이 ‘귀항하라’는 지시를 내려 ‘일이 터졌구나’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섬 전체도 이날 큰 혼란에 빠졌다. 포성이 울린 직후 연평도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그러나 포성이 멎은 뒤 주민들은 파출소와 면사무소 등으로 몰려가 상황을 확인하느라 분주했으며 모두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밭에서 일하던 농민들은 물론 대부분의 주민들도 교전소식을 전해듣고 집으로 돌아가 TV방송을 지켜보았다.

〈연평도〓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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