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남북한간의 치열한 해상교전으로 서해안의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수십명의 어민들은 “죽어도 꽃게잡이는 나가야겠다”며 부두에 몰려들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출어 허가 여부를 기다리던 어민들에게 오전 7시경 “출어해도 괜찮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마을에는 ‘출어가(出漁歌)’가 울려 퍼졌다.
7시 15분경 약진호를 선두로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50여척이 일제히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로 나갔다.
이날 어선들이 조업한 구역은 수산 당국이 어업한계선으로 정해놓은 완충지역 남쪽 해역. 그러나 일부 어선들은 완충지역으로 들어가 조업을 시도, 지도선이 이를 제지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런데 오후 1시 기상이 악화돼 폭풍주의보가 발령됐다. 어선들은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모처럼의 조업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꽃게잡이를 강행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한시간쯤 뒤 지도선으로부터 조업중단 명령이 내려졌고 어선들은 차례차례 당섬부두로 귀항해야 했다. 어민들은 긴장과 허탈감에 지쳐버린 듯 한숨을 몰아쉬며 집으로 돌아갔다.
〈연평도〓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