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두뇌한국21」사업]대다수 대학 황폐화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55분


교육부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교육발전 5개년계획’과 ‘두뇌한국(BK)21’ 등 일련의 교육정책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정책이 그대로 시행되면 대학의 틀이 근본적으로 뒤바뀌어 대학의 황폐화를 초래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본다.

교육부는 대학의 주체인 교수들을 배제한 채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조4000억원이 소요되는 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일부 교육관료들이 입안했고 공청회도 5개 도시를 돌며 13일만에 형식적으로 끝냈다.

‘BK21사업’의 골자는 대학원 중심대학 육성이다. 극소수 대학원 중심대학에 매년 1500억원을 집중 지원하고 구색맞추기 식으로 지역우수대학이란 이름으로 9개대를 선정해 50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만 집중 투자하고 지방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는 지원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결국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몇몇 대학은 지금도 과도한 지원을 받고 있다. 추가 특혜지원은 공정 경쟁을 해치고 고질적인 대학 서열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지역우수대학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지역산업의 수요에 적합한 공학 등 일부 분야에만 소액을 주는 것뿐이다.

연구기능이 박탈돼 ‘지방학원대학’으로 전락할 것이며 ‘서울 편중’‘지역 소외’현상은 해소되지 않는다.

교수가 배제된 대학이사회에서 총장을 간선하고 계약제 연봉제 도입을 관철하려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계약제와 연봉제의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아 ‘교수 통제용’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중요한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학 및 교수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만큼 교육부 정책은 백지화해야 한다.

대학간 공정 경쟁과 지역간 균형발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5년 뒤 대부분의 대학들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거대한 폐허 위에 극소수의 대학만 비대해지는 것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해라고 본다.

황한식<부산대 교수·전국국공립대 교수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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