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모였어요]강남신사동 토박이들「새말향우회」

  • 입력 1999년 6월 18일 19시 28분


『그 때 한강물은 밑바닥 모래알이 보일 정도로 맑았어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토박이들의 모임인 새말향우회 회원들은 옛날 얘기가 나오자 눈빛을 반짝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말하는 ‘그 때’란 69년 말 한남대교가 세워지기 이전.

당시의 신사동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 광주군 언주면 신사리였다. 주민들은 이 곳을 ‘새말’이라고 불렀다. 새말은 지금의 신사사거리에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도산대로를 포함하는 곳으로 200여가구가 모여살았다.

전주 이씨와 문화 유씨의 씨족 마을로 대부분이 논과 밭 그리고 배과수원이 즐비하던 곳. 지금은 고층빌딩들이 솟은 강남의 중심지로 변해버렸다.

“당시에는 지금의 현대백화점 앞 쪽에 ‘구단’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샛강이 있었어요. 물고기가 흔한 것은 물론이었고 요즘 한마리에 1만원씩 하는 민물 참게도 투망을 치면 수도 없이 걸렸어요. 겨울에 한강물이 얼면 썰매장으로 변했고….”

새말향우회 이춘성(李春成·45)회장은 30년 전이 마치 어제인 것처럼 회상했다.

옆에 있던 유황범(柳皇範·45)부회장이 한마디 거든다.

“한남대교 자리에는 나루터가 있어 배를 타고 강북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어요. 쌀과 과일 등 농산물을 팔기 위해서도 강북의 한남동과 약수동 시장까지 배를 타고 다녔고요.”

회원들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잠원동 쪽의 뽕나무밭, 겨울마다 땅을 파고 짚을 얹어 만든 마을회관,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던 샘터….

70년대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이 지역에 있던 옛 마을은 없어졌지만 사람들은 일부 남았다. 특히 신사동에는 옛 토박이들이 많이 남아 있는 편. 토박이들이 과거의 마을을 연고로 향우회를 유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새말향우회 상조회 이병모위원장(46)은 “주민의 60% 이상이 떠났지만 나머지는 끈끈한 정을 유지하며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며 “토박이가 아니더라도 신사동을 사랑하는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02―542―9668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