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說]63빌딩 지하 10평 공간에 그림 쌓아놔

  • 입력 1999년 6월 22일 00시 55분


대한생명측이 21일 공개한 김기창(金基昶)화백의 작품 203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지하2층 주차장 옆 10평 규모의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

이들 그림에 대한 구입계약서는 대한생명 전직 대표이사 박모씨와 김화백의 아들 김완(金完)씨의 대리인 최모씨의 명의로 작성됐으며 작품목록과 판매처가 빼곡이 적혀 있었다.

창고는 습기조절장치 환풍장치와 보안시설이 갖춰져 있었으며 카드키와 버튼식 전자열쇠로 작동됐다. 그림들은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으나 일부는 벽에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대한생명측은 그림을 세어보자는 기자들의 요청에 “그림이 훼손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그림을 싼 포장지 위에는 실제 그림을 축소한 ‘복사품’이 붙어 있었으며 그림 뒤편에는 작품명과 제작연도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날 공개된 목록에 들어있는 그림은 김화백이 3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전 생애에 걸쳐 제작한 다양한 작품들.

가장 작은 것은 ‘탈춤’(90년작)으로 크기는 3호이며 구입가격은 150만원. 가장 크기가 큰 작품은 ‘선시리즈’(89년작)로 1300호이며 구입가격은 4억2500만원이다. 이 작품은 대한생명측이 구입한 김화백의 작품 가운데 최고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또 가장 오래된 작품은 ‘동자’(30년작·120호)로 가격은 4400만원이며 가장 최근작은 ‘점과 선 시리즈’(93년·300∼600호) 등 6개의 시리즈 작품으로 구입가격은 1억∼3억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최회장이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김완씨를 통해 직접 구입한 142점의 제작연도를 보면 △30년대 4점 △40년대 9점 △50년대 36점 △60년대 55점 △70년대 11점 △80년대 18점 △90년대 9점 등이다.

또 시중 화랑의 중개를 통해 개인소장자들로부터 구입한 61점의 작품은 50년대가 ‘수태고지’(52년작·25호) 등 29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60년대 작품 ‘군해’(66년작·500호) 등 14점, 70년대 작품 ‘능소화’(72년·150호) 등 5점, 80년대 작품 ‘모로코’(83년작·80호) 등 11점, 90년대 작품 ‘석양의 군해’(93년작 80호) 등 2점이다.

구입한 작품들을 가격대별로 보면 4억원대가 2점, 2억원대가 4점, 1억원대가 4점으로 1억원 이상이 모두 10점이었다.

〈윤상호·이완배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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