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객 억류]귀향 스케치-파문

  • 입력 1999년 6월 22일 19시 39분


관광객 억류사태로 귀항이 늦어졌던 풍악호가 22일 동해항에 입항했다.

19일 관광객 561명을 태우고 북한으로 떠났던 풍악호는 북한측이 주부 민영미(閔泳美·35·경기 성남시)씨를 억류하자 민씨의 억류 해제를 기다리다 당초 예정보다 6시간 늦은 22일 오전 1시20분 장전항을 출발해 오전 8시50분경 동해항에 도착했다.

○ …민씨의 아들 송종훈군(6)은 이날 이웃에 사는 정상영씨(46) 부부와 함께 풍악호를 타고 돌아왔다.

이날 동해항에서 종훈군을 기다리던 외삼촌 민모씨(45·대전)는 종훈군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당황한 모습을 보이자 종훈군의 손을 잡고 뛰다시피 동해항을 빠져나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풍악호 관광객들 사이에선 민씨가 북한 감시원에게 귀순을 종용했다는 북측의 주장과는 달리 북한 감시원이 먼저 유도질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아 눈길.

민씨와 함께 금강산 관광길에 나섰다 이날 동해항에 돌아온 김모씨(54·여·서울 서초구)와 오모씨(52·광주)는 “북한 여자감시원 2명이 민씨에게 먼저 귀순에 관한 말을 꺼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 등에 따르면 20일 구룡폭포 관광을 마치고 하산하던 도중 구룡폭포 제4휴게소 부근에서 북한 여자 환경감시원 한명이 민씨에게 “남쪽에 간 사람들이 잘 살고 있나. 남편은 무얼하나”고 물었으며 이에 대해 민씨는 “김용 전철우 신영희씨 등 북한에서 내려온 귀순자들이 모두 남한에서 잘 살고 있다”며 “그렇게 궁금하고 의심이 나면 당신도 한번 내려와보면 알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는 것.

○…정부의 긴급회항조치로 21일 출항 1시간 만에 동해항으로 돌아와 재출항을 기다리던 봉래호 승객들은 22일 오전 8시부터 하선해 현대측이 준비한 관광버스편으로 모두 귀향했다.

현대측은 금강산 관광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승객들에게 요금전액을 환불하고 1인당 10만원씩의 위로금을 지급.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2동 삼진빌라 302호 민영미씨의 집은 22일 오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이웃 주민 최모씨(36)는 “22일 오전 외가 식구들이 찾아와 민씨의 큰아들 준영군(11·S초등교 6년)을 데리고 갔으며 남편 송준기씨(36)는 21일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준영군의 담임교사는 “준영이가 결석해 걱정하고 있는데 오늘 충남 조치원에 산다는 외가식구가 전화를 걸어 ‘준영이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학교에 못보낼 것 같아 데리고 있을테니 걱정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동해·성남〓경인수·박종희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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