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街 「준수사항 결의대회」 소동…업무시간에 개최

  • 입력 1999년 6월 22일 19시 39분


정부가 최근 중앙 및 지방의 모든 행정기관에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과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이 준수사항을 지킬 것을 서약하는 결의서까지 제출토록 해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결의대회는 일과시간 중에 대대적으로 열려 행정력을 낭비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행정기관별로 공직자 준수사항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참석자들로부터 결의서 서명을 받은 뒤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통보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현재까지 건설교통부와 노동부 등 12개 중앙부처와 인천시와 전남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동부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회의실에서 본청 과장급 이상 간부들과 지방노동청 및 사무소 기관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결의서 서명행사도 가졌다.

이에 앞서 21일 전남도가 과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또 철도청은 19일 오전 정부대전청사 대강당에서 본청 전체 직원과 지방청 기관장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가졌다.

나머지 중앙 및 지방 행정기관들도 다음달 초까지 결의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철도청의 한 간부는 “축의금이나 전별금을 받지 않겠다는 결의서를 제출할 때는 ‘앞으로 도둑질을 않겠다’고 각서를 쓰는 도둑이 된 기분이었다”며 “부정행위를 징계하면 그뿐인데 각서까지 받는 이유가 뭐냐”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정보통신부의 한 직원은 23일 열릴 결의대회에 대해 “공직자 준수사항은 언론보도와 일간지 광고, 행정전산망 등을 통해 자세히 알고 있는데 굳이 업무시간에 지방 기관장까지 불러 모아놓고 행사를 갖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28일 결의대회를 여는 광주시 공무원들도 “공직자 준수사항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데다 애당초 하위직 공무원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라며 “민원업무로 바쁜 공무원들을 동원해 전시성 행사를 갖다니 정말 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행자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련한 공직기강 쇄신대책이 절대 흐지부지돼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 공직자들에게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기회를 주기 위해 결의대회를 갖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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