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와 인권운동사랑방,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는 22일 오전 서울대 총학생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월중순부터 최근까지 국정원 요원 이모씨(36)가 이 대학 체육교육과 94학번 강성석(姜盛錫·25·4년)씨에게 약간의 금품을 제공하고 협박하거나 회유하며 프락치 활동을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강씨는 96년 연세대 점거농성과 관련해 기소유예됐으며 97년말 학생운동의 한 계열인 민족해방계열(NL)로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하기도 했던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최근에는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해 왔다.
국정원 요원 이씨는 강씨의 같은 과 12년 선배로 98년 체육교육과 대학원을 졸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씨는 이날 회견에서 “5월10일 밤 이씨와 같은 학번인 과 조교의 소개로 이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씨가 가족관계와 취업문제 등을 거론하며 “협조 여부에 네 인생이 걸렸다. 도와줄테니 학생운동권 동향과 ‘구국의 길’이라는 지하문건의 출처 등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최근까지 이씨와 5차례 만났으며 이씨의 집에서 과방이나 동아리방에 비치돼 학생들이 자유롭게 글을 적는 잡기장(雜記帳) 몇권과 여학생 노트 등 한뼘 분량의 서울대생 관련 자료를 볼 수 있었다”며 “일상적인 학원사찰이 이뤄지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공보실은 “북한의 대남 선전방송인 ‘구국의 소리’를 적은 ‘구국의 길’이라는 20여쪽의 문건이 서울대 NL계열에 은밀히 유포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강씨에게 수사차원에서 접근했다”며 “강씨에게 프락치 활동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