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의혹]『진실 밝혀도 국민 믿겠나』 검찰 고심

  • 입력 1999년 6월 22일 19시 39분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의 그림 로비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이 사건 수사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할 방침이지만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어서 고심하고 있다.

○…당초 검찰 수뇌부는 21일 오전까지만 해도 “기소를 전제로 수사에 착수하는 검찰이 풍문만을 갖고 수사에 착수할 수는 없다”며 수사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1일 밤 이 사건 수사를 서울지검 특수1부에 배당, 22일부터 전면 수사에 나서 최대한 빨리 수사결과를 발표키로 선회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더라도 언론에서 ‘해명성 수사’라며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 과연 국민이 수사결과를 믿어 주겠느냐”며 언론보도의 향배를 걱정했다.

○…검찰은 이날 최회장과 부인 이형자(李馨子)씨,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화백의 장남 김완(金完)씨, 대한생명 총무부장 등 핵심관련자 전원을 취재진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청사로 소환했다.

이 때문에 이들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지검 청사 앞에서 기다리다 허탕을 친 사진기자들은 “검찰의 빼돌리기가 이제 수준급에 도달한 것 같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서울지검 임휘윤(任彙潤)검사장은 이날 오후 부임 후 처음으로 정부과천청사로 가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에게 수사 진전상황 등을 보고했다.

임검사장은 이날 오전에는 임양운(林梁云)3차장 이훈규(李勳圭)특수1부장 등과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검찰은 조사결과 구입한 그림과 대한생명 지하창고 등에 보관중인 그림의 수량이 일치하면 ‘그림 로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최대한 빨리 수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수사결과 발표시기가 너무 빠르면 ‘해명성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벌써부터 수사발표 시기를 언제로 할지 고심하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었고 투자목적으로 그림을 구입했다는 대한생명측의 설명에도 일리가 있어 그림 수량만 정확히 조사되면 수사발표가 가능한 그야말로 단순사건”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의 그림 대조작업을 앞두고 그림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한 검사는 “그림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판별해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아는 사람을 통해 미술 감정사들을 소개받아 수시로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는데 검찰은 63빌딩 지하창고의 그림 보관장소에 전문 미술감정사 2명을 데려갔다.

○…‘그림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한생명 본사(63빌딩)는 오전부터 긴장된 모습.

특히 이날 검찰이 그림을 관리해 온 총무부장 서모씨(44)를 전격 소환한 데 이어 그림이 보관된 지하 2층 주차장 창고에 대한 압수수색을 위해 현장보존 요청을 해오자 회사측은 즉각 창고를 봉쇄하고 경비요원을 배치.

〈최영훈·이수형·이완배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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