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2일 대한생명 지하창고에 보관된 그림을 정밀 조사한 결과 대한생명이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화백의 아들 김완(金完)씨로부터 구입한 그림 203점이 그대로 보관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그림이 그대로 보관돼 있다고 해서 로비의혹이 완전히 해명된 것은 아니다. 그림을 제삼자에게 줬다가 문제가 되자 돌려 받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장을 다녀온 검찰 관계자는 “그림의 보관상태로 볼 때 다른 곳으로 옮겼다가 다시 가져온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사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미술품 감정전문가까지 대동하고 현장검증을 마쳤다. 감정전문가도 감정 결과 “그림이 옮겨졌다 되돌아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당초 최회장측이 구입했다는 그림과 김씨가 팔았다는 그림의 수가 일치하지 않아 일부가 로비용으로 제공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김씨가 잘못 기억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60억원에 이르는 그림 구입자금의 출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은 로비용으로 구입하고 실제로 로비에 사용했느냐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구입자금 문제는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다는 것. 검찰은 “그림이 정상적인 계약을 거쳐 매매됐다면 자금출처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결과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4일 발표할 방침이다. 검찰은 “하루라도 빨리 의혹을 해명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상 수사 착수 표 이전부터 이같은 결론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수를 공식 발표하기도 전인 21일 오후 최회장을 소환해 기초조사를 벌였다. 또 청와대 사직동팀으로부터 넘겨받은 1차 조사자료도 분석했다.
최회장은 이날 수감중인 서울구치소에서 불려나와 검사실에서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와 통화를 한 뒤 그림 구입경위와 보관상황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듣고 이 내용을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이번 수사결과로 그림 로비의혹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