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혹 그림 眞僞감정 현장]신동아측 안도의 한숨

  • 입력 1999년 6월 23일 01시 20분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겠군.』

30여명의 취재진과 40여명의 신동아그룹 직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22일 오후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화백의 그림이 보관돼 있는 63빌딩 지하2층 창고문이 열렸다.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 주철현(朱哲鉉)검사를 비롯한 11명의 검찰 수사단이 이날 오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203점의 그림이 전부 보관돼 있는지 조사에 나선 것.

203점이 모두 보관돼 있다면 신동아그룹이 그림을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은 그야말로 ‘설’에 그치는 셈이고 반대로 그림 수가 맞지 않는다면 의혹은 더 증폭될 수 있는 상황.

사안의 중대성 때문인지 조사현장을 지켜보던 대한생명의 이국준(李國俊)대표이사 등 신동아그룹 관계자들과 주검사 등 수사관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후 7시11분 ‘플라멩고를 추는 무희’(83년작)를 시작으로 ‘베일에 가려 있던’ 운보의 그림들이 한점씩 창고 밖으로 꺼내졌다. 감정을 진행하던 진동만(陳東萬·59·감정전문가)씨는 “그림 대부분이 개인 소장용으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들”이라고 말해 “사들인 그림은 로비용으로는 부적절한 것들”이라는 신동아그룹측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진씨는 그림 100여점을 감정한 뒤 “203점의 그림 중 무작위로 절반 정도를 감정했는데 모두 진품이었다. 더 감정을 해봐도 가짜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며 오후 8시50분경 조사현장을 떠났다. 오후 9시50분경 주검사가 그림 목록을 훑어보며 “다 맞는 거지”라고 짧게 말한 뒤 “조사결과 진품 203점이 모두 창고에 보관돼 있다”고 공식발표했다.

결과가 발표되자 긴장된 표정으로 검찰 조사를 지켜보던 신동아그룹 관계자들이 긴 안도의 숨을 내쉬며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했다.

〈박윤철·이완배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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