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장관 격려금파문]사건전말과 각계 반응

  • 입력 1999년 6월 23일 19시 45분


《‘순수한 격려금’인가. ‘뇌물성 보험금’인가. 손숙(孫淑)환경부장관이 받은 2만달러(약 2400만원)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대다수가 장관이 아니면 받기 힘든 거액이라는 비판적 입장이다. 하지만 전경련측은 이 돈을 단순한 관람객의 격려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말▼

손장관의 2만달러 격려금 파문 관련자들이 밝힌 전말은 이렇다. 5월 30일 오후 9시경 러시아 모스크바의 카탄카극장에서의 ‘어머니’공연이 끝난 직후 손병두(孫炳斗)전경련 부회장 등 7,8명의 기업인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관객들이 일부 빠져나갔지만 4분의3 정도는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들은 미화 2만달러가 든 흰색 봉투를 손장관에게 전달했고 사진도 찍었다. 손장관은 봉투를 관객들에게 들어보이면서 “한국의 기업인들이 격려금을 보내왔다”고 했고 객석에서 박수도 나왔다.

손장관은 연희단거리패 하용부(河龍富)부대표에게 봉투를 전해줬고 하씨는 분장실로 들어가 봉투를 열었다. 봉투에는 100달러짜리 지폐 200장이 들어있었다.

하씨는 호텔로 돌아가 이윤택(李潤澤)극단대표 홍사종극장장 등과 돈의 사용처를 상의했다. 정동극장과 극단에 5000달러씩 나눠주기로 했다. 또 나머지 1만달러는 손장관의 입각으로 지방공연이 취소된 데 따른 위약금을 무는데 쓰기로 했다.

하씨는 이를 손장관에게 얘기했고 손장관도 동의했다. 손장관은 격려금을 받은 사실을 러시아를 방문중이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얘기했다.

1만달러는 하씨가 가지고 입국해 보관중이다.

▼정치권▼

여권은 “또 다른 악재”라며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나 야당은 진상규명과 손장관 해임을 촉구하며 공세를 취했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손장관이 배우로서 받은 돈이고 사후처리에 별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국민회의는 공직자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손장관에 대한 동정론이 없지 않으나 여론의 향배에 크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23일 “청와대는 당장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대통령은 더이상 손장관에게 미련을 갖지 말라”고 손장관 해임을 촉구했다.

▼공무원▼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손장관 사건이 터지자 공직자들은 한결같이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경조사금도 받지 말라고 하면서 어떻게 장관은 경제인들로부터 거액의 달러를 받을 수 있느냐”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7급)은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 고관집 도둑사건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공무원은 모두 고위 공무원들”이라며 “개혁을 하려면 장관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 공무원들은 “업무파악과 인사를 마치고 겨우 조직이 자리를 잡아가는데 웬 악재냐”며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경제인들이 관람객 입장에서 격려금을 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격려금을 직접 전달한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은 “김재철(金在哲)한국무역협회장 박상희(朴相熙)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박정구(朴定求)금호회장 등 10여명이 1000∼2000달러씩 냈으며 경제사절단 50여명중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 정몽구(鄭夢九)현대회장 등 30여명은 공연을 관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화계▼

한 중견 연극인은 “장관에 임명되지 않았다면 2만달러라는 거액을 격려금으로 받겠느냐”면서 “액수를 확인했다면 돌려줬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한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공직에 있는 예술인이 통상적인 고료나 출연료 이외에 그 직위에 있기 때문에 돈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원(崔鍾元)연극배우협회장은 “격려금 수수는 지금까지의 관행이며 손장관이 배우 입장에서 받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대학생 우모씨(27·연세대 경제학과 4년)는 “돈을 받을 당시는 이미 연극인이 아니라 장관”이라며 “김대통령은 손장관을 전문성보다 참신함이나 도덕성을 보고 임명한 것일텐데 재벌의 돈을 받았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훈진(鄭訓進·32·상인)씨는 “장관이긴 하지만 배우로서 공연을 하고 사례금을 받은 것을 문제삼는 것은 심하다”고 말했다.

〈정치부·경제부·사회부·문화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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