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수〓신동아그룹은 지난해 12월 대한생명 명의로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화백의 아들 김완(金完)씨로부터 운보 그림 203점을 60억원에 구입했다. 이 가운데 142점(구입가격 42억원)은 김씨로부터 직접 구입한 것이고 나머지 61점(18억원)은 김씨의 중개로 화랑이나 개인소장자로부터 구입했다. 검찰은 22일 63빌딩 지하창고에서 목록과 작품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진품인 운보화백 그림 203점 전량이 창고에 보관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는 별도로 최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는 지난해 12월 김씨로부터 김씨 어머니 우향 박래현(雨鄕 朴崍賢)화백의 그림 87점을 기증받았다.
이 그림은 모두 이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횃불선교센터에 보관돼 있으며 검찰은 23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대조작업을 벌였다. 최회장이 지난해 3∼10월 구입한 정선(鄭)의 산수화와 김홍도(金弘道)의 풍속화 등 고서화 47점도 63빌딩 54층과 지하창고에 보관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왜 구입했나〓최회장은 63빌딩 내에 ‘동양미술기념관’을 설립하기 위해 92년부터 그림을 구입해왔다. 정선과 김홍도의 그림 등 고서화와 운보의 그림도 기념관 설립을 위해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미술관 건립 자문역할을 해준 서울대 미대 김모 교수를 소환해 미술관 건립 계획을 확인했다.
부인 이씨는 우향기념관을 건립, 자신과 김씨가 각각 이사장과 관장으로 취임하는 조건으로 김씨로부터 우향의 그림을 기증받았다. 이 그림은 최회장이나 대한생명과는 관계가 없으며 따라서 전부 선교센터에 보관해왔다.
▽구입자금〓대한생명이 지난해 그림구입을 위해 지출한 돈은 모두 73억원. 검찰은 대한생명이 회사자금으로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한생명으로부터 회계장부를 제출받아 자금출처를 정밀 조사중이다.
▽로비가능성〓운보와 우향의 그림이 외부 유출 흔적없이 전량 보관돼 있는 점으로 미뤄 로비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 그림이 외부로 유출됐다가 다시 돌려졌을 가능성도 없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