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신변보장 없으면, 금강산관광 무기한 연기

  • 입력 1999년 6월 25일 00시 3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4일 금강산관광객 민영미(閔泳美)씨 억류와 관련, “북한이 민씨를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선도, 달러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민회의 원외지구당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우리는 그렇게 유약한 정부가 아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민씨가 머지않아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의 발언은 서해교전사태, 민씨 억류사건 등 일련의 북한측 도발행위가 벌어진 뒤 처음으로 공식표명된 정부의 강경방침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남북교섭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북한에 억류 중인 민씨가 석방되더라도 관광세칙 합의 및 남북분쟁조정위 구성 등 관광객들에 대한 신변안전보장 조치가 매듭지어지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선 출항을 무기 연기키로 했다.

회의가 끝난 뒤 NSC 상임위원회 사무처장인 황원탁(黃源卓)대통령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관광객을 억류하는 사태가 없도록 제도적으로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민씨가 석방되더라도 만족할 수준의 신변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배가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석은 이어 “현재 정부가 북측과 민씨의 송환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안전한 석방을 위해 여러 문제를 다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남북한 당국간 비공개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차관급회담을 성사시킨 그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김보현(金保鉉)국무총리특보와 전금철(全今哲)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간의 대화채널이 가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황수석은 특히 “미국을 통해 북한에 민씨 송환을 촉구했느냐”는 질문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렸다”고 답변, 미국채널도 가동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는 또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합의’가 있을 때까지 대북 비료 2차분 10만t의 지원을 보류키로 했다.

한편 김윤규(金潤圭)현대아산사장을 베이징에 급파, 북한 아태평화위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측 관계자도 “협상 내용은 일절 공개할 수 없으나 빠르면 25일경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측은 베이징에서 협상을 벌이는 한편 북한 아태평화위의 강종훈서기장 등 평양의 고위당국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우선 민씨를 석방한 뒤 협상을 계속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북한측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제균·윤영찬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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