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영역다툼]『경찰 수사권독립 공론화할때』

  • 입력 1999년 6월 25일 20시 04분


《경찰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찰 경찰간 대립과 마찰이 더 이상 이 문제를 덮어둘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의 논의중단 지시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파견 경찰관 복귀 방침으로 이 문제는 다시 표면화됐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점차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따라서 수사권 독립 문제를 더 이상 덮어두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며 이 기회에 이 문제를 공론(公論)화 해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권 독립’문제의 공론화에 대한 검찰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고위 간부들은 “검경 갈등으로 범죄진압의 효율성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 공론화에 대한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검사들은 “절대로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사들은 비공식 파견 경찰관 철수, 검찰비리 수집, 집회시위 정보의 늑장보고 등 경찰의 최근 행동을 수사권 독립 논란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의도된 ‘도발’로 보고 있다.이에 따라 검찰은 수사권 독립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 자체가 경찰의 ‘작전’에 말려드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사들은 수사권 독립을 위한 경찰의 추가 ‘작전’이 진행되기 전에 정부가 강경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중견검사는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검찰의 권위와 신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경찰 수사권 독립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젊은 검사들은 “여론몰이식 ‘작전’이 아니고 차분한 연구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고려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재야 법조계에도 수사권 독립 문제를 공론화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경찰◇

공론화에 대해 경찰 수뇌부는 적극적인 찬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더 이상 수사권 독립 문제가 기관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은 검경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만큼 제삼자까지 포함된 공청회 등을 통해 수사권 독립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는 공론화 과정과는 관계없이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검찰이 제기하는 경찰관 자질 문제 등에 대해서는 내부감찰활동 강화 등을 통해 검찰의 반론을 무력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사법시험 합격자의 경찰관 특채와 피의자 심문과정에서의 변호사 참여 보장 등 경찰 수사력 향상과 수사과정의 투명성 보장을 위한 개선작업도 계속 벌여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도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 수뇌부는 서울 수서경찰서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대자보를 경찰서내에 붙이는 등 최근 일선 경찰서 간부들이 수뇌부의 의사와는 달리 조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김광식(金光植)경찰청장은 25일 전국지방경찰청에 “모든 경찰은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더 이상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시민단체◇

경실련은 25일 경찰의 수사권독립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불거진 검경간 갈등과 관련, 성명을 내고 공론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에서 “국가 공권력 행사의 양대 축인 두 기관의 힘겨루기 양상은 국민의 피해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국가기관으로서 절대 있을 수 없는일”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어 “검경간 갈등은 현정부가 출범초 자치경찰제 도입을 공약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부는 이 문제를 개혁작업의 하나로 공론화시키고 국민의 여론에 기초해 합당한 결론을 내려 국정의 혼란상을 막으라”고촉구했다.

〈이현두·부형권·선대인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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