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근 ‘고급옷 로비’의혹사건과 ‘파업유도 발언사건’ 등 내부에서 터져나온 잇따른 악재로 최고사정기관으로서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먼저 ‘고급옷 로비’의혹사건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절차상의 문제와 파업유도 의혹사건에서 불거진 검찰 간부의 처신 등은 검찰을 강타해 조직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와 함께 두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특별검사제 도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나서자 검찰의 힘은 빠질대로 빠져 검찰권 행사에 장애를 받고 있었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이날 “최근 검찰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일선 검사들 사이에 좌절감이 팽배해 한국검찰 역사상 최대의 시련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상황에서 검찰 수뇌부는 조직을 추스르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강도높은 자체 기강확립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검찰 수뇌부가 이날 회의에서 한결같이 뼈저린 반성과 과감한 자기쇄신을 통한 신뢰회복에 나서겠다고 다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검찰은 이날 자체 기강확립 방안과 함께 신뢰회복을 위해 준비한 카드로 민생관련 범죄 척결과 대국민 법률구조 강화방안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검찰 위상 재정립에 필수적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 방안’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는 벌어졌으나 구체적인 결론은 내리지 않고 “검찰총장 중심으로 원칙에 따라 엄정중립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하는데 그쳤다.
일부 참석자들은 자유토론 시간에 “우리가 잘못해 묵묵히 일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검사장회의가 과연 ‘공황상태’에 처한 검찰조직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