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아, 종훈아.”
26일 오후 9시반경 서울중앙병원 9층 9257호. 금강산 관광중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민영미(閔泳美·35)씨는 병실을 찾아온 큰아들 송준영군(12)과 작은 아들 종훈군(7)을 와락 부둥켜안았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억류 당시 불안과 초조감으로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다 3일째 마음을 다잡고 음식에 입을 댄 것도 두 아들 때문이었다.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에게 달려든 준영이와 종훈이도 두팔로 엄마를 껴안은 채 한동안 떨어질 줄을 몰랐다.
금강산에서 헤어진 지 6일만의 모자상봉. 그러나 6년보다 길었던 6일이었다.
준영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보고 싶었어요.”
“그래, 엄마도 준영이가 보고 싶었어.”
종훈이가 엄마와 형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엄마, 집에는 안가. 왜 여기에 있어.”
아직도 엄마가 왜 5박6일 동안 북한에 억류됐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종훈이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민씨는 물론 주위에 있던 가족과 친척 아무도 대답해주지 못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6일간이나 억류하고 평범한 주부를 철저한 교육을 받은 공작원으로 둔갑시키는 엄연한 ‘체제의 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날 모자상봉의 광경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준영군 등 두 아들과 남편 송준기(宋準基·36)씨 등 가족과 친척들의 얘기를 통해 언론에 간접적으로 전해졌다.
석방 당시 탈진상태였던 민씨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침대에만 누워있었던 민씨는 27일부터 일어나 앉는 등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석방된 지 만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상 상태는 아니다.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겪은 탓에 여전히 일시적인 ‘적응장애’를 겪고 있다.
아내의 이런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남편 송씨다. 기자들이 끈질기게 물어보고 있는 5박6일 동안의 억류생활에 대해 아내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스스로 자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7일 오전 10시반경 민씨를 면회한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도 민씨의 상태를 감안, 건강상태 등 간단한 안부인사만 나누고 억류생활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배기자·대전〓성하운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