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경조사비 융자]『빚내서 큰일치르란 말이냐』

  • 입력 1999년 6월 29일 23시 51분


공무원들이 끓고 있다. ‘공무원 10대 준수사항’때문이다. 정부가 29일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경조사비 수수금지 조항에 대한 보완책으로 장기저리 융자대책을 내놓자 일선 공무원들은 “가뜩이나 살림이 어려운데 빚을 내서 큰 일을 치르라는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은 “공무원은 지금도 언제든지 은행에서 싼 이자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경조사비 융자 문제는 핵심에서 벗어난 한심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중앙부처의 한 사무관은 “과장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의 경우는 축의금이나 조위금을 받지 못하도록 해놓고 주는것은 허용했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받지 못하게 하려면 주지도 말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관별로 상조회를 구성하거나 공무원간에는 경조사비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의 한 과장은 “중앙부처나 자치단체가 일정 금액을 출연하고 직원들도 일정액을 갹출해두었다 길흉사에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간의 경조사비 수수를 허용할 경우에는 부처별 또는 자치단체별로 그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게 일선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편 공무원과 공무원 가족들은 요즘 PC통신과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 정부의 경조사비 수수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격렬한 ‘사이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기홍·이진영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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