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원 참사]『얘들아!』넋잃은 쌍둥이자매 부모

  • 입력 1999년 6월 30일 18시 31분


쌍둥이 자매의 생전 모습
쌍둥이 자매의 생전 모습
“엄마 잘 다녀올께요”

두 딸은 버스에 오르면서 고사리손을 흔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깜직한 체육복차림의 모습들이 요정같았다.그러나 그것이 어린 딸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30일 오전 발생한 경기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참사로 6살난 가현(嘉賢)과 나현(娜賢) 쌍둥이자매를 한꺼번에 잃은 고석(高錫·36·회사원·서울 송파구 문정동) 장정심(張丁心·35)씨 부부는 충격에 할말을 잃었다.

이날 오전 6시경 TV뉴스를 통해 청천벽력같은 사고 소식을 접한 고씨 부부는 곧바로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그러나 새까맣게 타버린 수련원 3층건물앞에서 두 사람은 나락같은 절망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가현아,나현아” 목이 터져라 두 딸의 이름을 외치며 잿더미가 돼버린 건물 내부를 뒤지던 고씨 부부는 이날 오전 10시경에야 시신이 안치된 서울 양천구 신월6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시신의 훼손이 너무 심해 확인조차 불가능하다”는 국과수 관계자의 설명에 두 사람은 부둥켜 안은채 오열했다.

고씨가 두 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사고 전날인 29일 오전 출근길. 고씨는 “난생 처음인 캠핑 때문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서로 두 손을 꼭 잡고서 잠자던 딸들의 볼에 뺨을 맞추고 나왔었는데….”

부인 장씨는 유족들로 ‘통곡의 바다’를 이룬 국과수 1층에 마련된 유가족대기실 한켠에서 “두 딸의 죽음을 도저히 믿을수 없다”며 발을 굴렸다. 92년 광주의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근무하던 부인 장씨를 만나 결혼한지 1년만에 얻은 쌍둥이자매. 고씨 내외에겐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보배’였다.

‘아름답고 현명하게 자라달라’며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처럼 두 딸은 서로 싸우는 일도 없었다.1분 먼저 태어난 언니 가현이는 항상 나현이를 잘 돌봐줬고 나현이는 언니를 끔직히 따랐다.

“정말 아름답게 자라는 착한 딸 들이었는데 가슴에 묻게 되다니…”

고씨 부부는 말을 잇지 못했다.

“허름하기 그지없는 3층 가건물에 4백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수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절대 캠핑을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뼈 아픈 후회로 깊은 한숨을 내쉬던 고씨의 뺨위로 한줄기 굵은 눈물이 흘러 내렸다.

〈윤상호·권재현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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