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마(火魔)에 아들 이형민군(7)을 잃은 신현숙(35)씨는 “그렇게 잘 뛰어다니더니만 왜 뛰쳐나오지 못했니”라면서 “이놈 자식 돌아오기만 해봐 가만 안놔둘거야”라면서 되내 주변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신씨는 결국 “얼마나 뜨거웠을까,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엄마를 불렀을까”라는 말을 뱉아내다 “엄마가 너무 미안해,엄마가 잘못했어”라며 통곡.
○…이날 오전 뉴스를 보고 사고사실을 안 유족들은 유치원측이나 소방당국의 늑장 연락에 분노. 권형수(6)군의 부모는 “잠을 자고있다 옆집에서 방송뉴스를 보고 미친듯이 화성 현장으로 달려갔다”며 “유치원측이 이럴 수가 있느냐”며 항의. 정선교(5)군의 부모는 “아침7시 방송뉴스 사망자명단에 비슷한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니겠지’하며 달려왔는데…”라며 사망자명단에서 아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참사현장을 찾은 부모들은 아이들의 수용시설이 스티로폴과 나무로 엉성하게 지어진 가건물에 방도 3∼5평으로 비좁은 사실을 확인하고 “자신의 자녀라면 이런 곳에 수용하겠느냐”며 분통. 유족들은 “아이들을 모집할 때는 안전한 시설이라고 해서 믿었는데…”라며 말을 잃었고 “어떻게 소방차도 제대로 들어갈 수 없게 지어진 건물을 아이들 교육시설로 인가를 내줄 수 있느냐”며 정부에 대해서도 성토.
○…화재가 난 301호에서 잠을 자다 발에 화상을 입은 소망유치원생 박유정양(6)은 “잠을 자다 방바닥이 뜨거워 일어나 보니 방 입구 신발장 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며 “불이 나자 선생님들이 계단으로 대피시켰는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박양은 또 “불이 나기 전에 신발장과 창문 쪽에 모기향이 피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소망유치원 원장 남편 김태철씨(金泰哲·34)는 “301호의 맞은편 방에서 원장과 비디오기사 등 4명과 간식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이야’하는 소리가 나 밖에 나가보니 이미 앞방에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복도로 나온 김씨는 유치원장 등과 함께 불이 난 방에 3차례 들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계단을 통해 빠져 나가도록 대피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얼굴과 팔다리 등에 2도화상을 입었다.
○…수련원 강사 심규남(沈圭南·20)씨는 “불이 난 3층에 올라가니 아이들이 너무 놀란 탓인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 심씨는 “연기가 너무 자욱해 수건으로 입을 막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무작정 끌어내렸다.불이 났던 301호로도 진입을 시도했지만 문 앞에 다가서는 순간 피부가 타는 듯한 열기가 느껴졌고 불길이 너무 거세 포기했다”고.
<김상훈·권재현·이헌진·박윤철·이완배기자 부천=박정규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