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여름캠프 불]참사현장-빈소 스케치

  • 입력 1999년 7월 1일 01시 27분


경기 화성군 서신면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으로 숨진 유치원생들의 유족들은 30일 “공무원들이 수련원에 한번이라도 가봤으면 그런 열악한 시설에 아이들을 보내도록 허가할 수 있었겠느냐”며 원망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동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화재원인과 소방시설도 갖추지 않은 수련원의 허가과정에 대한 조사 등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또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이들이 이처럼 어이없이 희생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시신 식별법에 대해 설명을 들은 유족들은 이날 오후 버스편으로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강동교육청으로 이동.

강동교육청 지하강당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유족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들을 위로하는 친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숨진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다 혼절하기도 했으며 영정으로 쓸 사진을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동교육청측은 체력단련실로 사용하던 지하강당의 천장을 뜯어내고 강당 주변을 깨끗이 청소한 뒤 분향소를 설치.

○…유족들은 이날 오후 8시40분경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과정에 유족참여 △아이들이 대피하지 못한 원인 규명 등을 요구했다.

유족 대표 고석(高錫·36)씨는 “앞으로 이같이 끔찍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장례절차와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유족참여 방안 등을 놓고 밤늦도록 대책회의를 가졌다.

○…어린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법의학부(부장 이원태 李垣兌·45) 요원들은 국과수 별관 부검실에서 밤늦도록 시신들에 대한 기초 식별 작업을 벌였다.

국과수는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고 시신의 방사선 검사 및 사진촬영, 유류품검사를 한 뒤 부검과 함께 치과 및 인류학 검사, 혈액형 유전자 지문 조사 등을 통해 신원을 밝히는 데 약 2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국과수는 신원 확인을 위해 유가족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유가족 대표를 통해 1일부터 유가족 인터뷰에 협조해 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이번 화마(火魔)로 아들 이형민군(6)을 잃은 신현숙씨(35·여)는 “그렇게 잘 뛰어다니더니만 왜 뛰쳐나오지 못했니”라며 “이놈 자식 돌아오기만 해봐 가만 안놔둘거야”라고 되뇌어 주변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신씨는 결국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엄마를 불렀을까”라는 말을 하다가 “엄마가 너무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라며 통곡.

〈화성〓김상훈·권재현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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