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서로 몸을 부딪쳐가며 오늘의 모습으로 변한 갯돌들은 보길도의 상징이다. 보길도에 만약 갯돌이 없다면 더 이상 보길도가 아니다. 갯돌을 수상자로 정한 것은 상징적 의미일 뿐 실제 수상자는 갯돌 보존에 나서고 있는 보길도 사람들이다. 보길도 방문객들은 돌아갈 때 갯돌 몇개를 주머니에 넣어가는 경우가 많다. 개인으로 봐서는 적은 양이고 또 기념일지 몰라도 연간 관광객이 30만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보길도의 미래를 위해 매우 심각한 문제다.
▽보길도 사람들의 갯돌 보호는 심하다 싶을 정도다. 누가 알겠는가 싶어 갯돌 몇개를 가방에 넣고 해변을 벗어나려 하면 주민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나타나 돌을 놓고 갈 것을 주문한다. 섬 곳곳에는 돌을 가져가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린다는 ‘삼엄한’ 게시판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보존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상을 준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은 소설가 최성각씨를 비롯, 주로 문화계 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처럼 순수한 마음의 환경보호론자들은 아직 소수다. 환경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댐 건설에 반대했던 동강은 이후 ‘유명세’때문에 방문객들이 몰려와 환경이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환경은 지키는 사람 따로, 훼손하는 사람 따로’라는 지적이 동강 사례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면 ‘지키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이지만.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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