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고위공직자 부인 광고출연/간접로비 오해소지

  • 입력 1999년 7월 1일 19시 25분


《김한길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의 광고출연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 공직자의 부인이 특정 기업체의 광고에 자주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여권론자들은 “여성 직업인으로서 광고활동을 문제삼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변호한다.》

최근 텔레비전 광고에 인기 탤런트 최명길씨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과 냉장고, 모발염색제와 고추장 등 최씨가 출연하는 상업 광고는 수적인 측면에서 다소 많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평가이다. 정상급 연예인으로서 유료광고에 출연할 수 있는 그녀의 자유와 권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남편이 김한길 대통령 정책기획 수석비서관이라는 사실은 부인의 합법적 영리행위를 결코 제약할 수 없다.

다만 비록 사안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는 하지만, 고관 부인 옷로비 의혹사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또한 손숙 전환경부장관의 격려금 수수행위가 불행으로 끝난 직후의 미묘한 시점이라 상업광고 매체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최명길씨의 모습이 괜스레 염려스러운 것이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라는 자리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막강한 고위직 가운데 하나이다. 그가 관장하는 정책기획의 범위가 경우에 따라서는 부인이 선전하는 광고주 기업과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자리인 것이다. 특히 최명길씨에 대한 광고섭외를 만에 하나 남편의 영향력에 대한 간접 로비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하 광고주의 생리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어디까지나 가상적인 것일 뿐, 현실과는 무관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자라보고 놀란 것이 요즘 국민의 가슴이라 솥뚜껑 보고 다시 놀라지 말라는 법도 없다.

만약 대통령의 배우자가 연예인이고 그가 상업광고에 출연한다면 그것도 순전히 개인의 자유선택으로 수용되어야 할까. 혹시 그럴수는 없다면 대통령을 수족처럼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의 가족 또한 대외적인 처신에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부족함이 없다. 왜냐하면 그 자체가 ‘공직(公職)없는 공인(公人)’이기 때문이다.

옛말에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고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라 하였다. 그리하여 김한길수석이 청와대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최명길씨는 부업보다 본업에 보다 더 전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상인〈한림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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