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랜드참사 국과수 조사현장]시신확인 「울음바다」

  • 입력 1999년 7월 1일 23시 36분


『앞니가 두개 빠졌어요.』 “유치원에서 키가 제일 크대요.” “화장실에 머리를 부딪혀 세바늘 꿰맨 적이 있어요.”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잠신초등학교 양호실에서는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로 숨진 희생자 유족들을 상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이 시신 신원확인을 위한 참고조사를 벌였다.

사랑하는 자녀의 시신이라도 확인하려는 부모들은 기억을 하나하나 더듬어 아이들의 특징을 ‘실종자 인적사항 조사표’에 눈물로 기록했다. 국과수 직원들의 보충질문에 대답하던 부모들은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수영양(6)의 아버지 천현중씨(41)가 작성한 조사표에는 꿈에도 잊을 수 없는 딸에 대한 기억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그는 “‘하늘색 청바지에 긴 나팔바지, 앞니 두개 빠짐, 염색한 머리가 찰랑거림, 유치원에서 키가 제일 큼’ 등 수영이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면 다 적어넣었다”고 말했다.

천씨는 “물놀이하면 열이 날까봐 해열제까지 싸보내고 잘 때 입으라고 모자가 달린 반팔 티셔츠도 가방에 넣어줬는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아이들은 키와 몸무게가 같은데다 속옷까지 같은 것을 입었어요. 둘을 구별하지 못한다 해도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한꺼번에 쌍둥이 자매 가현 나현양(6)을 잃은 고석(高錫·37)씨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어머니 장정심(張丁心·33)씨는 “가현이는 지난해 맹장 제거수술을 받았고 나현이는 다른 색깔의 방울을 달고 있었다”며 “이정도로는 찾을수없을까요”라며안타까워했다.

수나양(6)의 아버지 허경범씨(42)는 “치아가 시신확인에 도움이 된다는 국과수 직원의 말을 듣고 딸이 캠프에 가기 하루 전날 뽑은 아래 앞니를 제출했다”며 “치아로 딸의 신원이 확인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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