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 주변에 우후죽순처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도로 등 생활기반시설은 신도시 건설 당시 그대로다. 별도의 기반시설 확충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도시 주변의 이들 ‘미니 신도시’는 서울 출퇴근을 전제로 개발되고 있고 실제 입주예정자들도 대부분 ‘서울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본격 입주가 시작되는 2002년경에는 서울∼신도시간 교통량이 폭증해 ‘교통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5일 서울시와 건설교통부, 경기 고양 파주 용인 성남시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택지를 조성하거나 건설회사가 토지를 매입해 일산(경기 고양시) 분당(경기 성남시) 등 수도권 신도시 주변에 수천∼수만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서북부
고양시와 파주시 남부 일대에 2002년까지 교하지구(1만6000가구) 금촌지구(1만1000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포함해 6만∼7만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고양시에는 이미 화정 행신 능곡 성사 탄현 중산지구 등에 7만가구의 아파트가 건설돼 일산신도시의 아파트가구수(6만가구)를 넘어섰다.
또 일산 바로 옆 탄현 큰마을(2558가구) 입주가 올해 안에 끝나고 2000년말까지 탄현2지구에 2600여 가구가 입주한다.
결국 당초 일산신도시 건설계획에 비해 아파트단지가 세배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파주∼고양∼서울을 잇는 도로망은 310번 지방도로 확장 이외엔 별다른 계획이 없는 상태다.
◆서울 남부
분당신도시 주변에는 수지1지구가 이미 입주한 데 이어 수지2 상현 죽전 구성 보라지구 등 대규모 택지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택지개발지구 외에도 용인시 수지읍에 52개 건설업체가 3만6000여가구, 구성면 일대에 24개 업체가 1만7000여가구, 기흥읍 일대에 12개 업체가 9000여가구를 짓겠다고 시에 신청해놓은 상태다.
게다가 한국토지공사가 분당∼판교IC 사이에 280만평 규모의 대규모 신도시 조성을 추진 중이다.
평촌신도시(경기 안양시) 주변 인덕원 일대, 경기 구리시에도 수천∼수만가구의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급증하는 교통량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신도시 주변에 아파트가 늘어남에 따라 서울∼일산(고양)간 도로축의 차량통행량(5개 도로 합산)은 93년 1일 평균 23만대에서 97년에는 35만대로 연평균 10.8%씩 증가했다. 또 서울∼김포축은 연평균 14.6%, 서울∼분당(성남)축은 10.7%씩 차량통행량이 늘었다. 이는 서울∼안양 등 다른 도로망의 차량통행량 증가율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철 이용객도 서울∼분당간은 연평균 30%, 서울∼고양간은 42%씩 늘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이상용(李相瑢)박사는 “주거단지는 교통 등 기반시설을 먼저 갖춘 뒤 개발해야 하는데 최근 수도권에선 기존시설에 의존하는 난(亂)개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홍·김경달·이명건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