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개폐/독소조항]「반국가단체」 애매

  • 입력 1999년 7월 5일 23시 08분


국가보안법에서 ‘독소 조항’으로 논란을 일으켜온 부분은 ‘반(反)국가단체’의 개념이다. 이 법은 제3조에서 ‘반국가단체’를 ‘정부를 참칭(僭稱·제멋대로 일컬음)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단체 또는 결사’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일관되게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판단해왔다.

그러나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을 두고 법 상호간에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남북교류 협력법은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규정해 국가보안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가보안법은 이 개념을 기초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찬양 고무’ 또는 ‘회합 통신’한 행위 등을 처벌토록 하고 있다. 다소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이같은 애매한 규정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오·남용의 위험을 안고 있다. 법조인들은 이같은 법 아래서는 누구라도 구속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실제 과거 군사정권에서 정치적 반대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이 조항이 악용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차병직(車炳直)변호사는 “해석에 따라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법은 반드시 정치적으로 악용되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또 이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북한을 이롭게 하거나 민주질서를 위협하리란 것을 ‘내면적으로’ 인식했는지가 유무죄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간첩이라는 점 등을 알면서도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고지하지 않은 것을 처벌토록 한 제10조의 불고지죄도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재야 법조계에서는 “특정범죄를 방조하거나 범인의 도피 등에 협조한 사실이 없는데도 단지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인권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해왔다.

법무부는 국가보안법의 기본개념을 바꾸고 이를 근거로 찬양 고무 등 ‘독소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국보법의 완전폐지는 반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현행 국가보안법중 독소 조항을 중심으로 대폭 개정하는 방안과 민주질서 수호법으로 대체입법하는 방안, 국가보안법을 기존 형법에 흡수하는 방안 세가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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