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사법시험을 준비해 오고 있는 최모씨(36)는 지난달부터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법무사 시험 관련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는 최씨처럼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자격제한이 없는 법무사나 하위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고시준비학원인 태학관 왕명오(王明吾·45)원장은 “올해부터 법무사시험 준비 강의를 듣는 수험생들이 크게 늘었다”며 “고시학원마다 법무사시험 준비 강의 시간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내년부터 ‘사법시험 4진 아웃제’가 적용돼 사법시험 응시자격 자체를 ‘원천봉쇄’당하는 수험생이 생겨나기 때문.
당시 총무처는 97년 사법시험 1차시험을 4차례 본 수험생들에게는 이후 3년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사법시험 시행령을 개정했다.
고시계에서는 내년에 우선 5천여명의 수험생이 사법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받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매년 사법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2만여명.
이에 따라 고시촌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험생 이모씨(32)는 “고시에 매달리는 고급인력을 막아보자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응시자격까지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다”며 “고시준비를 하다 30세를 넘긴 수험생의 경우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수험생은 사법시험의 경우 국가공무원 시험인 행정고시와 달리 변호사 자격시험의 성격도 갖고 있는 만큼 위헌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같은 위기감으로 매년 가을쯤에야 수험생이 몰려들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학원은 올해는 벌써부터 수험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6년째 사법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김모씨(35)는 “내년 시험이 마지막이 되는 수험생의 경우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험준비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