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지사부부 수사]경기銀 로비대상 누구였나?

  • 입력 1999년 7월 15일 19시 11분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朱惠蘭)씨는 튀는 행적 등으로 인해 비교적 세간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신분은 ‘사인(私人)’에 불과하다. 그 자신은 아무런 정책결정 권한이 없다. 그러면 경기은행은 무엇을 믿고 주씨에게 거액을 주며 로비를 시도했을까.

경기은행이 주씨에게 ‘창구’ 역할을 기대했을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주씨를 통해 제삼자에게 접근, 은행퇴출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벌써 주씨는 ‘깃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 경기은행이 노렸던 ‘몸통’은 누구였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주씨의 남편 임지사다. 그러나 임지사는 로비 대상이었던 은행퇴출문제에 대해서는 ‘몸통’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 경기은행의 본점은 인천에 있었고 따라서 경기 지사의 직접 관할에 속하지 않았다.

주씨처럼 임지사에게도 ‘창구’ 역할을 기대했을 수는 있다. 은행퇴출 문제를 직접 다뤘던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구조조정 실무자들은 대부분 옛 재무부나 재경원 시절 임지사의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또 금감위 간부들 중에는 학맥 등으로 임지사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따라서 경기은행이 임지사를 통해 퇴출관련 로비를 시도할 계획을 세우고 임지사를 가장 잘 움직일 수 있는 부인 주씨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남편과 상관없이 주씨의 독자적인 ‘능력’을 보고 직접 로비를 부탁했을 가능성도 있다. 주씨 주변에서는 ‘임지사 부인 주씨’보다 ‘주씨 남편 임지사’가 더 자연스럽다는 말도 없지 않았다. 로비력에 있어서는 임지사보다 주씨가 훨씬 더 유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씨는 남편이 집권여당 경기지사 후보가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주씨는 고위층 주변인물을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여성 3인방’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따라서 경기은행이 로비의 궁극적인 타깃으로 삼았던 ‘몸통’도 주씨의 이같은 특별한 ‘능력’과 연결시켜 보는 견해가 많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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