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란씨 구치소의 첫날밤]교도관에 『고생많다』

  • 입력 1999년 7월 16일 19시 05분


15일 밤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임창열(林昌烈)경기도지사의 부인 주혜란(朱惠蘭)씨는 생애에서 가장 긴 하루를 보냈다.

주씨가 이날 밤 검찰이 제공한 은색 르망승용차를 타고 인천 남구 학익동 인천구치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10분. 구치소는 규정된 취침시간인 9시를 넘긴 뒤 대부분의 불이 꺼진 채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인천지검을 나설 때 짙은 화장에 무스바른 단정한 머리, 검은색 롱코트 차림이었지만 만 이틀 동안의 검찰조사를 거친 탓인지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주씨는 보안 당직계장 입회하에 성명 주소 등 간략한 인적사항 확인으로 수감절차를 시작했다.

여성 수형자 전용인 3층의 변기가 딸린 1평짜리 독방을 배정받은 주씨에게 부여된 수번은 200번. 주씨는 옷가지와 소지품을 보관시킨 뒤 매점에서 구입한 연청색 반소매 수의로 갈아입었다.

의사로 또 고위공직자의 아내로 거침없는 사회생활을 누려온 주씨는 구치소에 수감되는 순간에도 ‘당찬 여성’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주씨는 입감절차를 지켜보는 여교도관들에게 “늦은 시간에 고생이 많다. 잘 좀 부탁한다”며 말을 건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관들은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주씨의 독방에 불이 꺼졌다고 전했다. 검찰에서 철야조사를 받아 피곤한 탓인지 잠을 잘 이뤘다는 게 교도소측 전언이다.

16일 오전 6시반. 여느 수형자처럼 기상 방송에 눈을 뜬 주씨는 구치소에서의 ‘첫날 밤’이 결코 편하지 않은 듯했다. 평소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주씨지만 아침식사로 나온 쌀 80% 보리 20%의 주식과 우거지 국에 3찬인 ‘관식’을 절반 가량밖에 비우지 않았다.

주씨는 자신과 남편 임지사에 대한 언론보도가 궁금한 듯 신문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문 구독 신청에 3, 4일이 걸려 이날은 신문을 읽지 못했다고 구치소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오후면 주씨의 남편도 이곳으로 수감될 것인데 구치소 개소후 처음으로 거물급 부부 수형자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주씨는 16일 오전 9시 다시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검 청사로 출두했다.

…16일 주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클리닉’은 오전 7시부터 정상적으로 개원. 하지만 주씨가 구속돼 병원의 장래가 불투명해진 탓인지 의사와 간호사들은 시종 어두운 모습.

이번 사건의 여파 때문인지 이날 ‘주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으나 병원 관계자는 “사건 결과와 상관없이 정상 진료를 할 것”이라고 언급.

…최창윤(崔昌潤)전총무처장관의 부인이며 주혜란씨의 언니인 주인숙(朱仁淑·56·소아과 원장)씨는 이날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혜란이는 10대 소녀같은 단순한 면이 있어 누가 부탁하면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며 “친분이 있는 상대방이 도움을 부탁해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동정.

〈김승련·이완배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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