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씨 부부 구속]검찰-정치권 교감 있었나?

  • 입력 1999년 7월 16일 19시 05분


정치권과의 교감이 있었나 검찰 독자 행보인가.

검찰의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 부부 수사의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검찰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치권과 검찰이 사전에 충분히 조율을 거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임지사 부부를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처리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제와 수사권 독립 문제로 최악의 국면에 몰린 검찰이 생존을 위해 ‘칼’을 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검사들은 “검찰이 거사(擧事)를 일으켰다”는 얘기도 한다.

정치권 등에서는 이번 사건에도 정치권의 의중(意中)이 상당히 반영됐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정치권이 검찰과 치밀하게 협의하면서 일정한 정국구상에 따라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해 ‘제2사정(司正)’을 벌인 뒤 이를 토대로 내각제 개헌 유보와 정계개편을 추진하려는 ‘프로그램’이라는 애기도 있다. 심지어 김종필(金鍾泌)총리가 불가피하게 ‘연내 내각제 개헌 포기’ 방침을 밝힌 것도 이 사건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분위기는 다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임지사 부부 수사는 이전 검찰수사와 상당히 다르다”고 말한다. 검찰이 정치권과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고 ‘앞만 보고’ 독자적으로 수사한 흔적이 많다는 것이다.

검찰 고위간부는 “수사팀이 정치권과 협의했더라도 아주 부분적으로 했고 그것도 대부분 사후에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임지사 사건은 읍참마속이라고 보기에는 여권이 입은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임지사의 비중과 역할, 그리고 새정부 최대의 치적으로 꼽혔던 ‘금융구조조정’이 비리의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정권의 기반이 흔들거리게 됐는데 정치권이 이같은 상황을 자초했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서이석(徐利錫)전경기은행장의 한 측근도 “검찰의 수사의지와 강도 등을 보고 서전행장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특수부 출신의 한 검사는 “이번 수사가 검찰의 ‘생존본능’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검찰은 그동안 권력을 믿고 권력의 입맛에 맞는 처신을 해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검찰위기만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특히 최근 특검제나 수사권 독립 등의 문제에서 검찰이 최악의 궁지에 몰렸을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결국 우리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우리 뿐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이같은 배경하에서 정치권에 대한 강공(强攻)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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