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렬-주혜란씨 부부 구속]여권 신속대응 배경은?

  • 입력 1999년 7월 16일 19시 05분


경기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16일 전격 구속된 임창열(林昌烈)경기도지사 문제를 처리하는 여권의 대응은 ‘전광석화(電光石火)’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신속했다.

특히 국민회의는 임지사의 부인 주혜란(朱惠蘭)씨가 검찰에 소환된 15일 오전 ‘임지사 사퇴유도 불가피론’이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거론된 지 하루만에 임지사를 제명했다.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에 부인이 관련됐던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의 처리문제를 놓고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달라진 변화다.

여권의 이같은 신속한 대응은 1차적으로 이번 사건의 불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주변으로까지 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날 “김태정전법무장관을 껴안으려다 여론의 역풍(逆風)에 부닥쳤던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을 어디까지나 임지사의 ‘개인비리’ 차원으로 국한시키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무엇보다 임지사 부부의 경우 김대통령 부부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시간을 끌 경우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 보면 임지사 부부문제에 대한 여권의 신속한 대응은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김대통령의 국정운영구상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여권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청와대 쪽에서 임지사에 대한 사법처리와 관련해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니 ‘성역없는 사정’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이미 ‘5·24’개각 때부터 정치 사회개혁 차원에서 공직자 기강확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김전법무장관을 끝까지 옹호했던 것도 그가 최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여권 내에서조차 이미 임지사 부부의 사법처리를 계기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제2의 사정(司正)’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권관계자들은 ‘제2창당론’이나 자민련과의 ‘합당론’ 등도 결국 “이대로는 안된다”는 김대통령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고 전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당초 계획대로 재벌개혁과 공직자기강확립 남북관계개선 정치개혁 등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한 기반으로 정치안정이 필요하다는 게 김대통령의 확고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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