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열-주혜란씨 부부 수사 뒷얘기]

  • 입력 1999년 7월 16일 19시 53분


인천지검이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와 부인 주혜란(朱惠蘭)씨를 내사해서 구속하기까지의 전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임지사 부부는 이 드라마의 초반인 지난달 초 구속될 뻔했으나 당시 검찰은 ‘고급 옷 로비 사건’에 휘말려 있어 이들의 구속은 한달여 뒤로 미뤄졌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6월초 서이석(徐利錫)전경기은행장 등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임지사부부의 비리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수사검사는 경기은행 관련자들로부터 임지사에게 1억원, 주씨에게 4억원을 제공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 검사는 이를 수사기록에는 남기지 않고 메모형태로 적어 부장검사를 통해 당시 강신욱(姜信旭)검사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현직 법무장관 부인이 관련된 ‘고급 옷 로비 사건’에 휘말려 만신창이가 돼있는 상태였다.

인천지검 간부들은 “지금 수사하면 ‘물타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 수사를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았다는 것.

그로부터 며칠 뒤인 지난달 6일 검찰사상 최대규모인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 인사가 단행됐다.

강검사장은 고검장으로 승진, 서울고검장으로 발령이 났다. 후임 인천지검장에는 제갈융우(諸葛隆佑)검사장이 임명됐다.

강고검장은 경북고 후배인 제갈검사장에게 “(임지사부부 비리사건을)잘 수사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갈검사장이 부임하기 직전 인천지검은 서씨 등을 배임혐의로 구속한 사건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수사발표 이틀 뒤인 지난달 10일 주씨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 업무관계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강고검장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주씨가) 낌새를 채고 도피한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심경을 털어 놓았다는 것.

한편 인천지검 특수부장으로 부임한 특별수사통인 김진태(金鎭太)부장검사는 부임 직후부터 임지사 부부의 비리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 내사를 완벽하게 끝냈다.

주씨는 미국에서 돌아온 지 나흘만인 13일 오후 3시경 쇼핑을 가던 중 “내일 아침 청사로 나와 달라”는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임지사도 14일 밤 10시경 김부장검사로부터 직접 소환통보를 받았다.

‘실세’로 통하던 임지사부부는 15, 16일 차례로 영어의 몸이 됐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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