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司正說」정치권 긴장…林지사부부 구속 파장

  • 입력 1999년 7월 19일 00시 17분


『이번에는 여당이다.』 『아니다, 진짜 목표는 야당이다.』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 부부의 구속으로 ‘제2의 사정(司正)설’이 나돌면서 여야가 떨고 있다. 여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가까운 임지사 부부의 구속이 여권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표적을 야당으로 돌리기 위한 ‘명분쌓기’가 아니냐고 걱정한다.

0…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경기은행 로비 대상과 관련해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관계자들과 검찰은 18일 일제히 “임지사 외에 검찰내사를 받고 있는 정치인은 없다”고 말했으나 이른바 ‘서이석(徐利錫)리스트’에는 여권 인사들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임지사 부인인 주혜란(朱惠蘭)씨가 서전행장으로부터 받은 4억원 중 상당액을 여권핵심부에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설까지 흘러나와 여당측을 불안케 한다.

그동안 사정의 무풍지대였던 자민련에서는 내각제 강경파 중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혹시 우리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권에서는 이미 ‘옷로비 사건’에 대해 김대통령이 “국민의 정부의 도덕성 회복계기로 삼겠다”고 천명했을 때부터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부정부패척결 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렸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정은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에 ‘옷사건’ 등으로 위기에 몰린 검찰의 ‘생존본능’까지 겹쳐 여야를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당에서는 과연 누가 ‘제2의 임창열’이 될지 검찰의 ‘칼끝’을 주시하고 있다.

0…한나라당은 김태원(金兌原)전한나라당재정국장과 임지사부부 구속 등 연일 메가톤급 ‘사정 폭탄’이 터지자 “앉아서 당할 수 없다”며 일전불사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18일 “임지사 부부가 지난해 지사 선거 때 자신들의 결혼과정에서 권력핵심이 보인 애정과 관심을 자랑스럽게 밝힌 바 있다. 지사인 남편보다 주씨에게 더 큰 로비자금을 주었다면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주씨의 권력핵심부 로비설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19일 의원총회를 열어 여권의 사정드라이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기에서는 ‘의원직 총사퇴’ 주장까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또 특별검사제의 불씨를 살리는 데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강공은 불안감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당 관계자들은 “임지사 부부 구속은 한나라당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의 예고편이 아니겠느냐”며 불안해했다.

한나라당이 ‘권력핵심 연계설’을 제기하는 데는 한나라당으로 향하는 칼끝을 돌리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또한 ‘특검제살리기’도 검찰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사정의 추진력을 약화시키려는 생각이 깔린 것 같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정의 ‘종착역’이 정계개편이라고 판단해 계파나 지역별로 모임을 갖고 향후 정국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한동(李漢東)고문은 18일 이세기(李世基) 이상득(李相得)의원 등 당중진들과 골프모임을 가졌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총재대로 17일 저녁 중진들과 만찬모임을 갖고 결속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속 강조와 강공만으로 한나라당이 느끼는 ‘삼복더위 속 추위’가 가실지는 미지수다.

〈박제균·공종식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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