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CD 피해자 어떻게 찾았나?]청담동 사업가 탐문 확인

  • 입력 1999년 7월 19일 18시 27분


경찰이 신창원에게 2억9000만원을 강탈당한 피해자 김모씨를 찾는 데는 신창원이 피해자의 집에서 서울 모경찰서 치안행정자문위원 신분증을 봤다는 진술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18일 오후 늦게 신창원으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받아낸 부산의 특별조사팀은 이를 곧바로 경찰청에 보고했고 경찰청은 서울지방경찰청에 18일 밤부터 해당 경찰서 치안행정 자문위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은 우선 해당 경찰서에 보관돼 있던 40여명의 치안행정자문위원 명단을 토대로 자문위원의 주소가 신창원이 진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으로 돼 있는 자문위원 3명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이 이들의 집을 확인해 본 결과 이들 자문위원 3명의 집구조가 신창원이 말한 것과 크게 달라 경찰은 일단 이들을 수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경찰은 19일 오전 신창원의 진술을 다시 검토한 뒤 신창원이 봤다는 거액의 양도성예금증서(CD)와 현금 4000만원을 집안에 보관해 둘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은 사업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단정하고 수사 방향을 자문위원의 직업을 조사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경찰의 수사가 급진전된 것은 19일 낮12시경. 청담동에 있는 빌라의 경비원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던 경찰의 정보망에 서울 강남에서 유명예식장을 경영하고 있는 김씨의 부인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빌라 한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경찰은 곧바로 김씨와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가 휴대전화를 끈 상태여서 수사가 잠시 벽에 부닥쳤다.

30여분 뒤인 낮 12시반경. 김씨와 어렵게 통화가 이루어졌다.

경찰은 김씨에게 먼저 “죄송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청담동에 있는 빌라가 아닙니까”라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경찰이 “그렇다면 혹시 5월말에 신창원에게 절도를 당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김씨는 “예 맞습니다. 제가 바로 신창원에게 돈을 강탈당한 피해자입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에게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당시 신창원이 ‘내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경찰서도 당하고 애들도 다친다’고 협박해 후환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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