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뇌사 생활苦 女행원, 두아들 살해뒤 자살기도

  • 입력 1999년 7월 19일 19시 41분


은행에서 퇴출된 뒤 계약직으로 근무해온 30대 여자 은행원이 남편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지자 생활고를 비관해 두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은 한강에 투신했으나 구조됐다.

19일 오전 6시20분경 경기 김포시 김포대교에서 8㎞ 가량 떨어진 한강 하류에서 김모씨(36·여·경기 고양시)가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육군 초병이 발견하고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이날 오전 1시반경 자신의 아파트에서 큰 아들(10)과 작은 아들(5)의 동맥을 끊어 숨지게 한 뒤 승용차를 몰고 김포대교로 가 한강에 투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아파트 식탁 위에 ‘하루하루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 너희에게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하고 이렇게 몹쓸 짓을 해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김씨의 집 인근에 사는 형부 정모씨(41)는 “처제가 전화로 ‘아들들을 죽이고 나도 자살하기 위해 간다’고 말해 집에 가보니 조카들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초 모은행에서 퇴출된 뒤 계약직으로 근무하던중 지난해 말 남편(42)이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병원비 등으로 수천만원의 은행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가 회복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고양〓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