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수기내용]『한방 맞은 경관 그냥 가라 했다』

  • 입력 1999년 7월 19일 19시 41분


신창원은 도주기간 중의 생활과 감회 등을 중심으로 한 수기를 노트북 세권 분량에 기록했다. 이 수기는 이전에 발견된 것과 달리 날짜가 적혀 있지 않았고 ‘법의 형평성’, ‘교도행정’ 등의 제목 아래 자신의 느낌과 평가를 다루고 있어 이전에 발견됐던 일기장과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상당히 다르다.

특히 신은 이 수기에서 “나는 많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고 사용법을 알고 있다”며 “나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적어 인명을 대량 살상할 수 있는 ‘특수무기’를 만들어 경찰에 대항할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수기 내용의 요약.

★자신에 대한 설명

“남자답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잘못 알고 있다. 나는 남자가 아니다. 나는 잡히지 않으려고 내 여자를 버리고 도망쳐 나왔다. 진짜 내가 남자라면 절대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죽어도 곁에서 죽었을 것이다. 나는 의적도 홍길동도 아니다. 그렇다고 경찰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직까지는 아니다. 보통사람의 인간성을 100이라고 한다면 아직까지 내게 1쯤은 남아 있다. 나를 의적 영웅시하는 것은 원하지도 않고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한 가치나 자격도 없다.

★복수 다짐

나는 분명히 전번에 말했다. 내 가족과 여인들을 힘들게 하지 말라고. 그들(경찰)은 내 경고와 부탁을 묵살하고 오히려 더한 고통을 주고 있다. 나는 이제 그들이 말한 대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겠다. 내가 악마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 주겠다. 그들의 대상은 선량한 시민들이지만 나는 죄를 짓고도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지금까지는 내가 공격을 받는 입장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반대가 될 것이다. 그들은 무엇에 의해서 죽게 되는지도 모르고 죽을 것이다. 나는 한 두번에 많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다. 이제부터 나를 악마 정신병자라고 해도 좋다. 내가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은 경찰과 정부에도 책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도주 상황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서 경찰과 마주쳤을 때 뚱뚱한 경찰이 허리를 붙잡았고 몸싸움 중에 내가 총을 빼앗았는데 노리쇠가 뒤로 당겨지지 않았다. 벽쪽을 향해 발사해봤는데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다. 권총의 쇠줄이 경찰의 허리띠에 연결돼 있어서 권총을 뺏고 뺏는 상황이었고 다른 경찰은 지원 요청을 했다.

지원경찰이 오면 힘들다는 생각에 권총을 잡고 그 경찰의 몸을 끌고 나오는데 내 팔을 물고 손목을 물었다. 통증 때문에 나도 귀와 다른 곳을 물었던 것 같다. 이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경찰을 주먹으로 한대 쳤는데 한대 맞고는 총을 주고 그냥 가라고 했다. 총을 바닥에 던지고 뛰는데 쫓아오면서 총을 들고 안전장치를 푸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사거리 밖에 있어 걱정이 되지 않았다.

올 1월 익산에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손목 3군데가 부러지고 머리가 6,7군데 깨진 상태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가벗은 채 이틀을 견뎠고 울면서 골절된 뼈를 맞추었다. 비스킷 하나로 하루를 살면서 두달을 버티었고 심한 몸살도 앓아봤고 한여름엔 모기에 물리면서도 잠을 자야 했다. 익산에 있으면서 경찰이 하는 말과 보도를 보고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매일 술을 마셨고 낮에는 논에 가서 쓰러진 벼들을 베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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