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제의 제도화를 고집해 왔던 한나라당이 한정적 특검제를 수용한 배경은 분명하다.
즉 여권의 내각제 연내개헌 파기와 정계개편 추진설 등에 맞서 ‘옷사건’ ‘파업유도사건’ ‘3·30재보선 거액살포의혹’ ‘고관집 절도’ 등 4대 의혹사건의 불씨를 살려가기 위한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특검제 수용 발표에 앞서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와 두차례 비공식접촉을 갖고 한정적 특검제 도입을 위해 빠른 시일안에 임시국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특검제 입법 협상도 급류를 탈 전망이다.
그러나 특별검사 임명절차와 권한 등에 관해 여야가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어 입법과정에서부터 진통이 따를 것 같다. 국민회의는 야당시절인 96년 11월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에게 특별검사 임명을 요청하면 대통령이 대한변협에서 2배수 후보를 추천받아 임명토록 하는 내용의 특검제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에게 특별검사 임명을 요청하면 대법원장이 10년 이상된 판사 검사 변호사 중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토록 해야 하는 내용의 특검제법안을 제출했다.
또 특별검사의 직무범위 및 권한과 관련해서도 국민회의안은 특별검사가 검찰 경찰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데 반해 한나라당안은 자료요청을 받은 관계기관은 반드시 자료를 제공토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사건에 대해 특검제가 도입될 경우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관해 전면적인 재수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특히 옷사건과 관련해 ‘이형자 리스트’와 ‘로비 몸통의혹’ 등을 밝혀내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
한편 한나라당은 파업유도사건에 관해 특검제와 국회 국정조사를 병행추진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회의는 특검제 결과를 지켜본 뒤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맞서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특검제 제도화 문제는 여야가 계속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회의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제한적 특검제를 일단 실시한 뒤 ‘세풍(稅風)사건’으로 궁지에 몰릴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97년 대선자금도 특검제를 통해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