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는 이 문제에 관한한 제삼자가 아니라 이해 당사자임에도 이같은 사실을 칼럼 속에서 전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 사업을 주도한 이해찬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의원이 교육부장관 시절 교육부 산하단체인 학술진흥재단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며 BK21사업에도 관여했다(유씨는 지난달말 사표를 제출했음).
이 칼럼은 “격동 40년의 세월을 시위 한번 않고 보낸 대학교수들이 도대체 무슨 비상사태를 맞았기에” 시위에 나선 것이냐고 빈정거림으로써 교수 시위를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로 조롱했다. 이는 엄청난 사실 왜곡으로서 교수들, 특히 민교협에 대한 중대한 모독행위다. 격동의 세월을 교수들이 시위 한번 않고 보낸 것은 결코 아니다. 민교협은 전두환 세력이 87년 호헌선언을 하고 나섰을 때 교수직을 내걸고 반대성명을 조직한 것으로 주요 활동을 시작해 87년 6월 항쟁이후 현재까지 우리 사회의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이같은 민주화투쟁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민교협의 이번 시위를 교수들이 제 밥그릇이 걸리자 시위를 하고 나섰다는 식으로 조롱하는 것은 엄청난 왜곡이다.
유씨의 주장은 연간 2000억원을 쪼개 쓰면 성과가 없으므로 집중지원을 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고 교수들의 반대때문에 어렵게 확보한 예산이 날아가버리는 것을 보아야 교수들의 속이 시원하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이 다 못사느니 재벌들에게 집중지원해야 한다는 박정희의 망령을 보는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진다. 우리는 결코 2000억원을 교수 수대로 똑같이 나누어 지원하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다만 현재와 같은 집중지원 방식, 특히 미리 특정대학들에 정보를 주어 준비를 시키고 관련분야 교수수가 50명 이상이 돼야 한다는 식으로 경쟁방식이 불공정한 집중지원 방식에 반대했다.
또 지방과 중앙, 사학과 국공립대학의 특성에 맡는 역할분담이 이루어지는 21세기 한국의 고등교육모형에 기초한 지원계획의 수립을 주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장하는 국공립대학의 기초과학 특화, 사립대학의 응용과학 특화가 어떻게 산술적인 나눠먹기 요구인가? 교수대표체에 2000억원을 집행할 권한을 주면 잘 하겠느냐고 묻고 있는데 최소한 교육부안보다는 백배는 민주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대안을 만들어 제시할 자신이 있다.
예산문제 역시 우리는 오히려 고등교육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일은행 매각에 5조원의 국고가 들어가는 판에 21세기 지식사회대비에 연 2000억원, 그것도 과거 사립대학 등에 지원하던 기존 예산을 깎아 만든 2000억원이 말이 되는가?
손호철 / 서강대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