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의혹 수사]이훈규 수사본부장 일문일답

  • 입력 1999년 7월 27일 19시 48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을 수사중인 이훈규(李勳圭)검찰특별수사본부장은 27일 “임금삭감을 통한 경영개선을 도모했던 강희복(姜熙復) 전조폐공사사장의 방침이 구조조정으로 선회하는 과정에 진형구(秦炯九) 전대검공안부장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김태정(金泰政) 전법무부장관이 파업유도에 대해 진전부장의 보고를 받았나.

“‘조폐공사 구조조정에 대한 종합대책’이라는 문건을 토대로 지난해 10월 중순 진전부장의 보고를 받았지만 파업유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보고를 받은 뒤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진전부장의 진술이 있었다는데….

“김전장관은 ‘파업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진전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해 진전부장이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을 했을 뿐 고개를 갸우뚱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했다. 김전장관은 ‘선배들 때문에 고생이 많다’는 뜻을 표하는 한편 진전부장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전부장의 혐의는….

“진전부장은 조폐공사 통폐합이 결정된 지난해 10월 2일 이전부터 통폐합 결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는 지금까지 확보한 정황증거와 강전사장의 진술에 근거한 것으로 진전부장은 구조조정을 강행하지 못하고 있는 강전사장에게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적극 대처할테니 서둘러 구조조정을 단행하라고 종용했다.”

―강전사장과 진전부장의 대질 필요성은 있나.

“현재로서는 없다. 진전부장은 혐의를 부인하지만 강전사장의 진술이 워낙 구체적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이 사건이 보도된 6월 7일 직후 진전부장이 강전사장에게 ‘(감청우려 때문에) 이제는 유선전화로는 통화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를 보낸 뒤 10여 차례 대책을 논의한 것도 강전사장의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진전부장이 원하면 대질하겠다.”

―진전부장에 대한 적용 법률은….

“노동관계법상 제삼자 개입 금지조항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죄와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것이다. 기타 혐의에 대해서는 법률검토를 계속하고 있다.”

―강전사장도 사법처리되나.

“강전사장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마땅한 법률이 없다. 강전사장은 통폐합이 아닌 임금삭감을 통한 감량경영을 구상했지만 진전부장의 ‘조언’에 따라 통폐합안을 선택했다. 강전사장이 통폐합 결정으로 회사 정상화를 도모한 것은 범죄가 구성된다고 보기 힘들다. 수사발표 때 강전사장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률적용 문제를 구체적으로 밝히겠다.”

〈하태원·김승련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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