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와 정치자금 한계]대가성 없으면「구속면제」

  • 입력 1999년 7월 29일 18시 38분


현행법상 정치인이 합법적으로 돈을 받는 경우는 후원회를 통해서 영수증 처리를 하고 받는 경우와 일정 범위 이내의 친척한테서 지원금을 받는 경우 뿐이다.

그 외의 경우는 뇌물관련죄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뇌물인지 불법 정치자금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은 돈을 받을 당시 직무와 관련된 청탁 또는 대가성이 있느냐의 여부. 대가성이 있으면 뇌물에 해당되고 없으면 정치자금이 된다.

뇌물관련죄는 뇌물을 받은 시기에 따라 일반 수뢰죄, 사전수뢰죄(공무원이 될 것이 확실한 상태에서 뇌물을 받은 경우)와 부정처사후 수뢰죄(부정한 청탁을 들어주고 나중에 돈을 받은 경우) 등으로 나뉜다.

또 자기의 직무와는 관련이 없지만 다른 공무원, 특히 자신의 영향권에 있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경우는 알선수뢰죄에 해당한다. 주혜란(朱惠蘭)씨처럼 공무원이 아닌 자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청탁을 받았으면 특가법상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

또 특가법은 뇌물액수가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일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에, 5000만원 이상일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일반 뇌물죄는 보통 5년 이하의 징역.

반면 정치자금법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으로 뇌물죄에 비해 형량이 훨씬 낮다. 그나마 97년 11월14일 법 개정으로 처벌조항이 신설됐다. 그러나 97년 법 개정 이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정치인을 실제로 구속한 예는 단 한 건도 없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받더라도 ‘대가성’만 없으면 구속을 면할 수 있다.

한보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의원과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 등이 돈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없는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른바 ‘DJ비자금 사건’에서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됐지만 97년 이전에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인정돼 무혐의처리됐다.

96년 4월 장학로(張學魯)전청와대 부속실장 비리 사건에서는 무려 21억여원이 ‘대가성없는 떡값’이라는 이유로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사기관도 ‘대가성 논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우가 많아 구속하기 꺼림칙한 정치인을 ‘대가성이 없다’는 핑계로 불구속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편 구속기소된 뇌물 공무원과 정치인도 대부분 법원에서 보석과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94년 뇌물죄로 구속기소된 공무원의 실형선고율이 9.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로 석방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었다. 최근에도 뇌물죄로 구속된 정치인중 실형을 전부 복역한 정치인은 거의 없다.

〈이수형·하태원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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