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경기銀수사종결]검찰 한계 「절반의 성공」

  • 입력 1999년 7월 30일 19시 28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경기은행 퇴출 저지 로비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종결돼 30일 서울지검과 인천지검에서 동시에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검찰은 올 들어 거듭된 악재(惡材)로 실추된 명예와 위상을 회복하고 특별검사제 도입 등 외풍(外風)을 막아내기 위해 결연한 자세로 두 사건 수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재수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파업유도 수사

검찰은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이 파업을 유도한 혐의를 밝혀내고 진씨를 이날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파업유도 의혹이 단순히 진씨의 ‘취중 실언’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였음을 밝혀내 그를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단죄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민변 등 재야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은 파업유도가 진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검찰 수사결과에 의문을 나타내며 특별검사가 재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검찰은 검찰 사상 처음으로 지휘부에 일체의 보고를 하지 않는 독립된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진씨의 범행이 검찰의 조직적 간여나 조폐공사를 감독하는 다른 정부기관의 직간접적인 개입 없이 가능한 것인지 등 의문이 남아 있다.

또 정치권의 특검제 도입 움직임을 의식해 수사를 지나치게 속전속결로 진행하다 보니 일부 관련자에 대해서는 ‘통과의례’식의 조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경기은행 로비사건

인천지검이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 부부를 구속하고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집권 여당의 수도권 단체장을 사법처리한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최시장의 ‘떡값’수수, 부실업체에 대한 부당대출 압력,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조카인 이영작(李英作)씨 관련 부분, 임지사의 당선축하금 등에 관해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었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영작씨가 미국으로 출국하도록 놓아둔 것과 이씨에 대한 조사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인 점도 이번 수사의 한계로 지적된다.

또 2500만원이나 되는 최시장의 ‘떡값’ 수수를 무혐의로 결론내린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여론이다.

검찰은 경기은행 퇴출이 부실업체에 대한 대출로 인해 유발된 것인만큼 퇴출저지 로비 의혹만큼이나 중요한 수사대상이었으나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했다.

이와함께 인천지역 유력인사인 S, P, G, L, J씨 등이 경기은행에 대출청탁을 했다는 근거있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검찰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검찰수뇌부가 최근 검사장회의 등을 통해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내외에 밝힌 뒤 이뤄진 두 사건 수사는 이같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막을 내렸다.

〈최영훈기자·인천〓박정규·서정보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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