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분위기는 김기재(金杞載)행정자치부장관의 수해피해상황 보고가 시작되면서 긴박하게 돌아갔다. 김장관의 보고가 끝나자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은 “최근 수해지역을 둘러보고 왔는데 식수가 부족하고 건물 등이 젖어 있어 태풍까지 겹치면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무위원들의 보고와 안건심의가 끝난 뒤 이어진 김대통령의 당부도 수해대책에 모아졌다.
김대통령은 “한 이재민이 ‘작년에 수재를 당하고 나서 이번에 또 당하게 되니 일어설 기운이 없다’고 말한 TV보도 내용을 보고 무척 가슴이 아팠다”라면서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수해 취약지역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수해상습지에서 또 피해가 발생해 정부가 대처를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사태로 인해 군부대가 피해를 보고 파주 연천 등 상습피해지역에 수해대비 구호물자의 비축이 없었다는 것은 큰 문제이며 모두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 세종로청사 13층에 마련된 중앙재해대책본부 상황실에서는 이날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 기상청 국방부 복지부 등 15개 기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태풍의 진로를 시시각각 챙기며 대책을 지시하는 등 부산한 모습.
이들은 일선 시군구 단체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대 현장을 떠나지 말라”고 주문.
특히 행자부 간부급 공무원들은 경기 문산 파주 등 호우피해가 심한 지역을 돌며 이재민들의 불편사항들을 직접 챙기기도.
○…제주도는 이날 오전 3시경부터 초속 30m가 넘는 강풍과 시간당 최고 50㎜의 폭우가 쏟아지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긴장된 표정.
그러나 도 공무원들은 이날 오후 태풍이 지나가자 “재산피해만 봤지 인명피해가 없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는 이번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북부지역이 태풍으로 또다시 엄청난 피해를 당할 것으로 우려해 대책마련에 부심.
권호장(權晧章) 행정부지사는 “제발 태풍이 경기 북부지역만큼은 비켜갔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
〈정치부·지방자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