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태풍은 최고 500㎜가 넘는 많은 비를 뿌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비가 100∼300㎜ 가량 내리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엄청난 수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는 피해 규모가 비교적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 올가는 30일 필리핀 동쪽해상에서 발생한 이후 줄곧 중심 최대풍속 30m에 중심기압 975V, 영향권이 반경 240㎞(동쪽은 480㎞)의 중급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북상속도는 당초 시간당 18∼30㎞를 유지하다가 제주도 서쪽 해상에 진입하면서부터는 시속 45㎞로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태풍의 진행속도가 빨라진 것은 한반도 상공의 북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제트기류에 휘말렸기 때문. 태풍은 시계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래의 방향이 동쪽이지만 제트기류에 휩싸일 경우 북쪽으로 밀려올라가게 된다.
이에 따라 2일 오후 10시반까지만 해도 태풍이 3일 오후 9시경 기껏해야 황해도 부근에 도착할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 시간에 이보다 훨씬 북쪽인 평양 부근까지 도달했다. 예상보다 서너시간 가량 빨라진 셈이다. 태풍 올가가 예상보다 적은 비를 뿌렸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반도가 태풍의 영향권에 드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또 중부지방에 집중호우를 뿌린 비구름대가 태풍의 전면에 위치한 비구름대와 합쳐져 엄청난 폭우로 돌변할 것으로 우려됐었지만 이같은 예상도 빗나갔다. 빠르게 북상하는 태풍과 함께 기존의 비구름대가 북쪽으로 휩쓸려 올라가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태풍 올가의 위력이 약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보통 태풍은 지상에 상륙하면서 지면과 마찰을 일으켜 세력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이 특징. 하지만 올가는 중급의 위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초속 20∼30m의 강풍을 동반한 채 지역에 따라 집중적인 호우를 뿌렸다.
이날 오전 올가의 영향권에 들었던 전남 완도지역에서는 초당 순간 최대풍속이 46m에 달했을 정도.
이같은 수치는 최악의 인명피해(사망실종 849명)를 기록했던 59년 사라호와 맞먹는 것으로 국내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래 역대 최대 순간풍속 기록의 5위에 해당하는 위력이다.
〈홍성철·윤상호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