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회의 무관심이다. 이것이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과 대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장학제도의 확충을 요구하는 사립대학 총장들의 끈질긴 건의도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달 3일 열린 전국대학총장협의회에서는 ‘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장학제도 확충에 노력한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그러나 대학재정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 형편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대학총장 출신인 신임 김덕중교육부장관이 취임과 더불어 ‘대여장학금’을 대폭 확충해 장학 혜택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대학가의 환영을 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획기적인 조치가 ‘BK21’의 열띤 논쟁 속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교육부는 올 2학기부터 대학생 학자금 융자대상을 당초 5만2000명에서 20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렸다. 융자대상 선발 기준에서도 실직자 및 저소득 근로자 자녀에게 우선권을 줌으로써 학비 마련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상환기간의 연장(1∼5년에서 2∼7년)과 이자율 부담의 경감(6.75∼5.75%) 등 반가운 조치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을 담은 추경예산안의 국회심의가 계속 늦어져 대학과 학생으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바라건대 학생들의 배움의 열기가 식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국회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한다.
소수의 선발된 인원만이 고등교육을 받던 이른바 엘리트교육 시대에는 학비부담이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통용됐다. 사립대학도 이러한 전통에 따라 수익자부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대중화와 더불어 학비부담 주체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 고등교육이 사회전체에 끼치는 공헌도를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등교육의 대중화 단계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육영장학제도의 확충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기본법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적 이유로 인해 교육받기 곤란한 자를 위한 장학제도 및 학비보조제도를 수립해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상의 교육환경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대학교육 혜택이 돌아가게끔 해야 한다. 나라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교육에 대한 투자가 뒷전으로 밀려나서는 안된다. 고등교육의 대중화 시대에 발맞추어 교육의 기회균등을 구현할 장학제도의 확충은 그래서 더욱 시급한 과제다.
학생들이 상아탑을 떠나는 것은 등록금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진 경제사정 때문이다. 공부하고 싶어도 학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은 어둠 속의 광명같은 것이다.
우선 대여장학금 확충을 위한 추경예산이라도 2학기 개강전까지 국회에서 통과돼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대순(경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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