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치권 해도 너무한다』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25분


검찰이 국회 국정조사를 앞두고 정치권과 신경전(神經戰)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18일 국회법사위가 ‘고급옷로비의혹사건’을 조사하면서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의 법무부에 대한 기관보고의 배석을 요구하자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검찰관계자들은 이날 “정치적 책임도 없고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일선 검사장을 국회가 부르는 것은 검찰청법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이같은 불만은 국회가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 사건’ 국정조사에서 대전지검 공안부 검사들을 조폐공사노조 간부와 동시에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불법파업을 직접 수사했던 검사들을 어떻게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과 나란히 증인으로 세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회의 결정은 재판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검찰의 수사권을 뒤흔들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은 또 이날까지 수차례 간부회의를 소집해 파업유도의혹사건의 특별수사본부장이던 이훈규(李勳圭)서울지검특수1부장의 참고인 출석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간부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권이 국회에 예속된다는 법이라도 만드라고 정치권에 주문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같은 불만을 여야 모두에 대해 터뜨리고 있다. 여당은 특별검사제 도입 협상에서 검찰편을 들어주지 않았는데다 야당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목적에서 ‘초법률적인 요구’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정치권이 헌법 위에 이른바 국민정서법(國民情緖法)이라도 있는 것처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저해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동안 검찰이 ‘정치적 사건’수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엄정한 수사를 해왔더라면 그런 일이 있었겠느냐”며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수모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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